우명牛鳴 / 유홍준 진주시 망경동 섭천에 들어와 산 지 삼년 되었어요 섭천은 형평(衡平), 형평(衡平), 백정들이 살던 마을이에요 소 를 잡던 사람들이 소를 잡던 손을 씻고 피를 씻고 쌀을 씻고 꽃을 심고 살던 마을이에요 오려고 온 게 아니에요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진주에서 가장 싼 아파트, 동신아파트가 아니라 등신아파트죠 길을 잃은 소는 밤이 되면 무서워, 무덤으로 간대요 길 잃은 소가 무덤을 찾듯이 나도 이곳엘 찾아 왔어요 소를 잡던 이 마을에서 나는 온갖 두려움으로 눈망울을 디 롱거리며 되새김질 되새김질 끊임없이 천엽이 생겼어요 당신에게로 가고 싶은 내 무릎뼈는 우슬 이에요 자귀나무에 매어놓은 소는 묶인 자리에서 얼마나 뱅글뱅 글 돌고 또 돌았던지 자귀나무는 형편없이 망가진 나무가 되 었어요 울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