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1052

권박 안토르포퐈지(anthropophagy)

안토르포퐈지(anthropophagy)/ 권박 설탕으로 만든 해골과 두개골을 갉아 먹으며 당신은 내 귀에 대고 속삭였지. 모피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고양이에게 고양이 고기 를 준 파리의 어느 모피상 이야기, 들어 본 적 있니? * 당신은 내 넓적 다리와 가슴과 뇌장을 식초에 뿌려 먹을 것이라고 한다. 당신의 사람인 나는 내 눈동자와 혀와 불안과 골수와 절망과 심장을 잠 속에 넣었다 고양이를 낳는 태몽을 꾼 다음날의 나는 손톱같은 시간처럼 녹아내렸다 그 시간 안에서 당신은 할퀴고 물어뜯는 소문이고 나는 어찌할 줄 모르는 소문이다 어떤 태몽 안에서는 비가 뼈처럼 내리기도 했다. 고개를 들고 그 뼈를 다 받아 먹은 후 잠에서 깬 나는 폭우치는 밤을 당신이라 명명하며,「밤과 안개」를 읽었다. 나치의 수용소 안에..

안광숙 감자의 둥지

감자의 둥지/ 안광숙 땅속 깊은 곳까지 봄을 심은 건 누구일까 산책 나온 달이 갓 출산한 감자꽃에 머물다 가는 밤 하얀 스위치 같은 저 꽃잎을 켜서 줄기를 타고 내려가면 알밴 감자들이 세들어 살고 있을거야 땅속 환하게 어둠을 불 밝히며 도란도란 뿌리내린 새끼감자들이 있을 거야 둥근 알들끼리 툭, 하고 어깨를 부딪혀도 상처가 나지 않아 마데카솔이 필요 없는 땅속 마을 날카로운 아카시아 뿌리가 신경줄기를 건드려도 거참, 너털웃음 한번 웃고나면 맛나게 풀리고 마는 순박한 이들의 터, 저 깊은 땅 밑에도 흙으로 막걸리를 빚어 미소를 틔워주는 지렁이가 있고 짠눈물과 더 고소하게 퍼져가는 사랑이 자라난다 언제부터인지 내가 서 있는 땅이 꼬물거린다 땅 속의 소식을 알려 주듯 갈라진 뒷굽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올라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