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유홍준 하얀 면장갑

생게사부르 2020. 7. 12. 16:56

하얀 면장갑/ 유홍준

 

 

저것을 끼고

나는 운구를 했다

 

무겁지가 않았다 가볍지가 않았다 아직은 사람인 사람을

들고 갔던 기억

 

어떤 꽃보다도 희고 어떤 꽃보다도 감촉이 좋았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검은 줄이 그려진 완장을 차고, 무표정

한 얼굴로 나는 주검을 옮겼다

 

주검을 옮긴 면장갑을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왔다

 

하얀 것에 대해서 나는 설명 할 수가 없다 그냥 간직할 뿐이

다 그냥 들여다 볼 뿐이다

 

진주 시립화장장에서 나도

하얀 것이 될 때까지

 

 

*      *      *

 

 

사실 삶과 죽음은 

한치 발끝에 달렸기고 하고

손바닥과 손등의 거리이기도 해서

 

'Well-bing'만큼 ' Well-dying' 도 중요한 삶의 철학입니다 

 

작가들은 현상(현실) 이면까지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

죽음에 대한 고찰을 일상적으로 하는 훈련이 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유홍준 시인은 죽음에 대한 시를 많이 쓰시는 편입니다만...

 

어린시절 누군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보게되면 그 충격, 트라우마는

그 사람의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어린시절, 저수지에 빠진 형을 건져서 집 마루에 뉘여 논 걸 놨다고 한 말을 들었어요.

이미 죽은...

그 이후부터 집에서 ' 형' 이라는 말은 금기어가 되었다고 했고요.

 

저 역시 중학생 시기 엄마가 돌아가셨고, 한창 생각많은 고등학교 때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교복을 입은 채로 가서 밤을 지샌 기억

사십대 돌아가신 큰집 언니, 큰 어머니. 고모님, 삼촌, 큰아버님...

이십 중반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죽음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있음을 남들보다 일찍

알게 된 셈입니다.

 

어머니는 말할 필요가 없고 오십 초반에 돌아가신 아버지 보다 더 오래 살고 있다는 생각,

늘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별로 선호하지 않는 직군입니다만... 그래도 ' 괜찮은 사람' 이라고 생각해 왔던

박원순 서울 시장의 죽음 앞에서

' 삶' 이란 무얼까 또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죽은자는 말이 없고, 산자들은 다들 자기의 이익을 위해 남의 죽음에 하이에나처럼 달려 들고

' 성추행' 도 잘못입니다만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네요. 

 

이전 역사는 늘 되풀이 됩니다

고려말의 권문세족과 신진 세력의 다툼

근대기 수구세력과 개화 세력의 다툼,

현재는 친일잔재, 군사독재를 청산하고자 하는 현 정권에 대한 이전 세력의 총공세가 맞겠지요

현직 대통령을 탄핵해 본 경험도 있겠다

 

대한민국이 일면 대단한 나라일 때도 있지만 또 편 갈라 쌈박질 하는 거 보면

징글징글하거나 역겨울 때도 많습니다

 

대한 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정치에 발을 담갔다는 사실,

혹자는 또 그만한 권세를 누리고 살았으니 원도 한도 없는 거라고 해도 맞는 말이고...

 

' 명예' 로 사는 분들이라 사실이든 과장이 되었든 사회적인 지위, 남이 만든 이미지 다 내려 놓고

회피하지 않고 현실에서 직면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풀고 가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완벽할 수 없고 잘못을 저지르고 후회를 하곤 합니다.

 

지금 상황으로선 ' 권력위계에 의한 성추행으로 전 비서에게 고소'  당한 상태라는 거 밖에

아는 게 없고, 당사자 중 한명이 돌아가셔서 진실은 알기 어렵게 되어 버렸지만

 

잘못한 일 있으면 피해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법적 처벌 받을 일이 있으면 받고

견딜 거 견디고 감수하실 거 하시는 과정을 솔직하게  대중에게 보여주셨더라면

그러기에 감수해야 할 불명예나 언론의 난도질로 인격이나 자존감에 어떤 상처를 받으리라는

거 예상되지 않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 주셨더라면 

 

혹 피해 당사자나 가족 아닌 사람들이 본인이 책임질 행동 이상의 과장과 선동을 통해

정치적이거나 기타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가 있으면 그 역시 의연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주셨더라면..

 

맏딸인 저는 아버지에게 과분할 정도로 사랑과 신뢰를 받았기에 학교 졸업하고 막 경제적으로 자립한

사회인이 되어 맛있는 것도 사 드리고, 가족간 추억이 될 여행도 다닐만 해졌는데...

실행하기도 전에 암이 걸려 자리에 누우시고 돌아가셔서... 부모님 생각만 하면

참으로 먹먹하고 아쉬운 삶입니다.

 

은혜만 입고 하나도 갚지 못했지요 아니, 아예 갚을 기회조차 없었지요.

나이가 50-60이 되어도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분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이유입니다

아버지 늙어가시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늘 마음이 아팠고요. 

 

그 비슷한 심정으로 한번도 뵌 적 없는 분들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노회찬 의원, (이명박 대통령 싫어하지만) 정두언 의원, 박원순 서울 시장의

70-80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게 유감스럽습니다

 

비슷하게 ' 백선엽 장군'이 100세로 돌아가셨습니다.

군인으로 기업인으로 ' 선린 재단' 사학재단 이사로, 외교관으로 잘 살다 가신 것 같습니다.

남북 분단과 6.25와 관련한 미국과 이승만으로 내려오는 우익, 군인들에게는 정말 '전설적인 영웅' 일테고

조선인 독립군 토벌대로 악명 높은 간도 특설대 근무나 여순 사건과 게릴라 공비 토벌과 숙군

작업을 주도한 경력은 ' 이념'에서 힘빼기를 해 버리면 ....명령에 충실한 군인

본인이 주도적으로 기회를 줘서 살리게 된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의 상징이 되어 버려서 그렇기도 하고,..

 

아뭏든 본인의 전력에 대해 공식적 사과 같은 건 한적이 없는 걸로 압니다만(군인이어서 또 특수할 테고)

그래도 여러가지 정황으로 봐서 돌아가시기 전에 역사의 변화 추이는 아셨다고 짐작됩니다.

살아 있는 분 동상을 세웠다가 철거 당하는 걸 보기도 했고

(하긴 이승만 , 박정희, 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 동상도 그러 할진대...)

본인과 가족들은 ' 대전 현충원' 안장에 만족한다는데... ' 이게 나랴냐? ' 하고 부추기는 세력은 또 있고

 

박원순 시장 마지막 보내는 절차인, 장례식이나 영결식에 대해서도

한쪽에선 오프라인은 물론 ' 온라인 추모'를 하고 있고, 또 한쪽에선 '서울 특별시장葬 반대 청원'을 하고...

어차피 잡음은 있기 마련이지만 현 정부가 무난히 조율해 낸다는 생각은 듭니다

 

언제면 우리가 ' 이념' 에 의해 니편 내편 갈라 극으로 치 닫지 않고 성숙하게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

질런지, 상식선에서 문제가 합의되고 해결되는 걸 보게 될까요?

 

그렇게 가고 있는 과정이고 언젠가는 그런 시절이 올거라고 확신합니다만

그게 언제 일까요? 통일이 되지 않고도 가능할까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만...

 

두분 다 인생 열심히 사셨습니다

이제 살아서 짊어졌던 어깨 무거웠을 짐 다 내려놓으시고 영원한 안식에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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