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감/ 고영민 민물에 담가 놓은 모시조개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몇번을 소리쳐 부르자 당신은 간신히 한쪽 눈을 떠보였다 눈꺼풀 사이 짠 물빛이 돌았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나를 제 몸 속에 새겨 넣겠다는 듯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그러렁,그러렁 입가로 한 웅큼의 모래가 토해졌다 간조선干 潮線을 지나 들어가는 당신의 흐린 물빛을 따라 축축한 한 생애가 패각의 안쪽에 헐겁게 담겨져 있었다 짠물을 걸러내며 당신은 물무늬 진 사구를 온 몸으로 기고, 몸을 잊으려 한쪽 눈을 마저 닫자 날이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울컥 울컥, 검은 모래가 걷잡을 수 없이 토해졌다 나는 당신의 손가락을 움켜쥔 채 더 깊은 물밑까지 따라 들어 갔다. 여윈 갈빗대에서 해조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제 오지마라! 따라 오지 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