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이원하
하늘에 다녀왔는데
하늘은 하늘에서도
하늘이었어요
마음 속에 손을 넣었는데
아무 말도 잡히지 않았어요
먼지도 없었어요
마음이 두개이고
그것이 짝짝이라면 좋겠어요
그중 덜 상한 마음을 고르게요
덜 상한 걸 고르면
덜 속상할테니깐요
잠깐 어디 좀 다녀 올게요
가로등 불빛을 좀 밟다가
왔어요
불빛 아래서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뒤졌는데
단어는 없고 문장은 없고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삶만
있었어요
한 삼 개월
실눈만 뜨고 살테니
보여주지 못하는
이것
그가 채갔으면 좋겠어요
* * *
신춘문예 등단 작품
' 제주에서 홀로 살고 술은 약해요'
제목부터 기존 시에서 보기 어려운
상큼 발랄, 통통 튀면서
'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 다더니
살면서 시기 질투해 본 거의 유일한
이제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당시 당사자들은 잘 모르고 넘어가는
젊음, 청춘...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때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이랬다.
“거두절미하고 읽게 만드는 직진성의 시였다. 노래처럼 흐를 줄 아는 시였다. 특유의 리듬감으로 춤을 추게도 하는 시였다. 도통 눈치란 걸 볼 줄 모르는 천진 속의 시였다. 근육질의 단문으로, 할말은 다 하고 보는 시였다. 무엇보다 ‘내’가 있는 시였다. 시라는 고정관념을 발로 차는 시였다. 시라는 그 어떤 강박 속에 도통 웅크려본 적이 없는 시였다. 어쨌거나 읽는 이들을 환히 웃게 하는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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