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555

각시거미/ 이삼현

각시거미 / 이삼현 그녀와 나 사이 서먹해진 간격에 집을 지은 거미가 한 점 침묵으로 매달렸다 말끝을 세운 몇 가닥 발설이 한데 얽혀 덫이 되고 하루, 이틀, 사흘 무엇을 먹었는지 마셨는지 소식도 없이 제자리에 멈춰있다 나는 여문 것을 좋아하고 그녀는 부드러운 걸 좋아했지만 거미의 식성은 육식성이다 단단한 저녁이 말랑말랑해진 태양의 육즙을 천천히 빨아 삼키는 동안 거미는 한마디 미동도 없이 어두워졌다 몰래 들여다봐도 내통도 없다 팽팽하게 벌어진 틈새를 붙잡고 며칠째 끈적끈적한 긴장의 끈을 당기는 저 고집은 불통이다 꼭 돌아올 거라며 활짝 열어둔 오늘이 무음(無音)으로 져도 마음은 나팔처럼 불 수가 없다 경계를 풀고 다가올 기척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순간이 쉼표 없는 기다림으로 이어지고 죽은 듯 산 듯 다..

마산 의료원 모습

창원 지역에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어 조심스럽네요. 창원이라는 명칭이 마산, 진해를 통합한지 10년 쯤 되었습니다만 경제면이나 살고 있는 구성원이 다소 침체된 마산에 비해 활동성이 좋은 창원 진해에 확진자가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합포구 자산, 완월동은 학교는 많습니다만 노년층이 많이 살아서 동네를 떠나 원거리, 특히 수도권 다녀 온다든지 하는 일이 드물거나 갈 일이 있어도 자제하는 편인지 확진자가 거의 없는 편이었는데 ... 대신 경상남도 코로나 지정병원이 근처에 있습니다. 경상남도 마산의료원인데 역사가 오래되었지요. ○ 1914. 9. 15. 진주 자혜병원 마산 분원 발족하여 ○ 1919. 9. 15. 도립 마산병원 ○ 1975. 12. 15. 도립 마산의료원 ○ 1983. 7. 1...

성인 발달과 과업(성인전기 18-40세)

성인발달과 과업(성인전기 18-40세) 이전에 공부할 때 자료를 다시 꺼집어 내 봤는데... 그 사이 사회변화가 급격해서 어떨런지... 학문(지식)으로 아는 것과 실제는 차이가 있고 한 인간 자체가 소 우주라 case by case지만 또 인간이라는 공통점, 세대와 문화를 연대하며 살아오다 보면 객관적인 사실들에 접근하고 있기도 하니까요 삶은 장거리 마라톤, 제도권하에서의 교육이 끝나도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는 전제는 다양한 형태의' 평생교육' 으로 연결됩니다 공부를 너무 많이 하게되면 자기검열이 많아서 양심이나 행동에 제약을 받기도 하지만 일단 알고 있으면 현실사회를 이해하고 자신이 처한 현상에 대한 선택과 판단, 문제해결을 위해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됩니다. 세상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을 수..

옛, 성윤석

옛, 성윤석 옛, 이라고 첫발음을 떼려다가 그만두었다 옛, 이라고 하는 순간 앞은 사람이 울고 있었다 투명한 빛을 가진 술잔엔 옛, 이라는 벚꽃잎이 옛, 이라는 집과 창문이 옛, 이라는 사랑이 땅거미처럼 다가와서 사태졌다 발음만 해도 흘러 무너진 곳이 다시 무너지는 곳 그 곳이 옛, 이었다 * * * 옛날이라 할 것을 옛, 이라해서 시인의 단어가 되고 시가 되는... 시인의 다른 시 제목도 생각난다 쑥, 척... 단어가 아닌 한 글자만으로도 충분하다 풍성하다

지하련 주택 4.

사진 1 군데 군데 불탄 모습에도 불구하고 사진 2 사진 3 창 밖으로 난 화단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사진 4 사진 5 사진 6 사진 7 사진 8 사진 9 사진 10 사진 11 산호공원 올라가는 길에서 본 주택 지하련이 머물던 때, 산호리는 오산진 해안 마을에만 사람들이 살았다. 산호리 들판을 내다보며 우뚝 섰던 양옥은 마산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충분했다. 사진 12 지하련은 1940년 5월부터 1943년 11월까지 산호리에 머물면서 ' 결별(1940' ' 체향초(1941)' '가을(1941)' ' 산길 (1941) 등의 작품을 남겼다. 그녀가 남긴 총 여덟편의 단편 중 네편을 이곳에서 썼다.

지하련 주택 2.

지하련 주택 2. 엄밀히 이야기 하면 1930년대 문화주택으로 불리던 지하련의 오라비 집이었고 가족들이 모두 만주로 옮겨간 이후 몇 차례 다른 주인을 만나다 최근까지 소유주 이름을 따서 ' 김광호' '김위성' 가옥으로 등으로 알려졌지만 임화와 지하련과의 인연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고, 특히 지하련이 결핵 치료하러 내려 와 이집에서 소설 네편을 쓰면서 그 창작배경이었다는 점에서 ' 지하련' 주택으로 불립니다. 주택 외관과 내부 불탄모습, 일부 남아 있는 부분과 정원으로 나누어 사진 올립니다 사진 1 바깥에서 들여다 본 모습 사진 2 사진 3 사진 4 방치되어 돌보는 이 없어도 나무는 여전히 집을 지키고 있네요. 사진 5 사진 6 뒤편으로 들어가면 주택 현관에 맞닿아 있습니다 사진 7 지금 봐도 운치 있는 산..

아무나 씨에게 인사/ 김희준

아무나씨에게 인사/ 김희준 아무나씨는 절박한 순간에 다정해지곤 했다 바닥에 붙어 걷는 내 오랜 습관과 상처 많은 무릎을 혼내는 일 누르는 만큼 들어가는 모래는 완만한 표정을 가져서 중력의 무게만큼 들어간다 그러면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아는 척 하고 아는 사람을 모르는 척하는 마음을 설명할 수 있을 텐데 내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금방 친해질텐데 손에 손을 잡고 나를 떠나갈 텐데 아무나씨의 도드라진 등뼈를 만지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무거워진 마음은 목도리를 벗게하고 우리는 함께 겨울 바다에 갇혀야 할 명분을 얻기도 했다 가져본 적 없는 손가락이 환상통을 앓는 밤이면 마디가 아파온다 밤 하늘엔 도드라진 행성의 등뼈가 떠 있고 우린 밤하늘을 거대한 동물의 등뼈라 부르며 동물의 이름을 헤아린다 고대의 인류가..

발자국은 신발을 닮았다/ 이원

발자국은 신발을 닮았다 / 이원 발을 넣으려는 순간 왈칵 어두운 현관의 두 짝 신발이 축축하게 제 몸을 다 벌리고 있다 허공에 있던 발을 내리고 주저앉으니 공기의 냄새가 비어 있다 신발 안을 들여다 본다 꾹꾹 몸이 걸었으므로 길이 되어버린 마음이 우글우글하다 신발을 굽어보던 빈 몸이 뻣뻣해 벽에 몸을 기댄다 길이 되지 못한 벽이 움찔거려 기댄 벽이 무겁다 세계의 어디서나 출입구는 입과 항문처럼 뚫여 있다 두 발로 단단한 바닥을 딛으며 다시 일어선다 (새삼 발자국은 신발을 닮았다!) 신발 속으로 현실의 발을 집어 넣는다 그 속은 아득하고 둥글다 한 발을 살짝 문 밖으로 내민다 덥썩 세계의 입이 닫힌다

가을 단상 2.

사람의 삶이 어떻든지간에 식물들은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받네요. 복잡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아 미국 대통령 선거도 보고 있었고, 이제 판가름이 난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대통령은커녕 잘 봐주면 저돌적인 기업인, 그냥 얘기하면 장사꾼 글로벌한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 봐 주기에도 부족한 사람이 세계 최고 국가라 자칭하는 나라 대통령으로 뉴스로 사진으로 봐 내는 것도 고역이었습니다. 하긴 누가 대통령이 된들 자국의 이익에 충실하겠지만... 개그 우먼 박지선씨가 37세로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 10년 전 행복전도사 최윤희씨 죽음이 같이 회자되기도 하고 정말 자신이 행복해서, 그 행복이 우러나고 넘쳐서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려는 사람도 있고 행복하지 않아서, 정말 ' 절실..

사진 이야기 202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