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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잎이 시들어간다/ 박희연

배춧잎이 시들어간다/박희연 1. 먹다 남은 배추 겉잎이 시들었다. 속잎이었던 그 겉잎은 싱싱했다. 싱싱한 것을 시들게 만드는 내공은 내게 있을까 시간에 있을까 돌아 보면 내 삶은 혐의로 가득 차 어깨가 움츠러들고 손이 오그라든다. 불안은 종종 표면적을 작게 만든다. 배춧잎이 조글조글 말라붙었다. 2. 가까이서 보면 크고 멀리서 보면 작다. 표면적을 작게 만드는 방법 하나 당신과 거리를 두는 일이다. 코로나 19시대의 인류애는 서로가 서로에게 보균자라는 혐의를 두는 것 3. 오래된 습관처럼 해가 뜨고 어제 저녁 먹다 남은 배춧국을 먹는다. TV에 비친 한 정신병동에서 누군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죽거나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죽어나간다. 저 죽음의 이면에도 아랑곳 없이 당신과 나는 숟가락을 놓지 않는다. 우..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파블로 네루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 파블로 네루다 하루가 지나면 우린 만날 것이다. 그러나 하루동안 사물들은 자라고, 거리에선 포도가 팔리며, 토마토 껍질이 변한다. 또 네가 좋아하던 소녀는 다시는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갑자기 우체부를 바꿔버렸다. 이제 편지는 예전의 그 편지가 아니다. 몇 개의 황금빛 잎사귀, 다른 나무다. 이 나무는 이제 넉넉한 나무다. 옛 껍질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대지가 그토록 변한다고 누가 우리에게 말해주랴? 대지는 어제보다 더 많은 화산을 가졌고 하늘은 새로운 구름들을 가지고 있다. 또 강물은 어제와 다르게 흐른다. 또, 얼마나 많은 다른 것들이 건설되는가! 나는 도로와 건물들, 배나 바이얼린처럼 맑고 긴 교량의 낙성식에 수없이 참석했다. 그러므로 내가 너..

성인발달, 성인후기(노년기)

☆ 성인기 구분 1. 성인전기 : 18-25 (Young Adulthood) 25-40 (Early Adulthood) 2. 성인중기 : 40-65 (Middle Adulthood) 3. 성인후기 : 65-74 (Late Adulthood or Young old) 75-죽음(Late, Late Adulthood or old, old) 성인발달 : 성인후기( 노년기 60, 65 - 85 ,100) 1. 특징: 인생의 마지막 단계, 사회적 참여로부터 유리 새로운 생활 속의 역할에 대한 재 개입 개인 활동 위축, 생물적, 사회적으로 불가피한 상실에 대한 적응과 보상과제 “노인세대는 더 젊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많아지고 있다.(65세 이상 비율 현저히 늘고 부양문제 60-65: 노년기로 접어 듦(65- 85..

역사가 평가한다?

정치인들이 서로 다투는 과정에서 ' 후일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라는 말을 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정치 권력도 집행부나 여당, 국회 같은 입법, 검사와 판사 같은 사법권력, 재계의 금력, 언론을 통한 여론조성 등 어떻든 현실에서 ' 힘'을 가진자가 팔이 안으로 굽는 형태가 아닌 ' 미래 객관적인 평가'를 얘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이전 정보가 통제되고 제한될 때에는 그 힘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에서 물러나고 한참 지나서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고 요즘 일인 미디어 시대인지라 시간이 흐를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현장성 있게 사건과 상황에 대한 사실들을 국민들도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한마디로 이전처럼 그렇게 시일이 걸리지 않고도 ' 역사적 평가, 객관적 평가'가 ..

녹두장군 전봉준 압송사진을 보는 마음

전봉준 압송 사진 학창 시절에 배우던 ' 동학 농민혁명'과 그 지도자였던 녹두장군 전봉준에 대한 역사는 우리 국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봉건사회가 무너져 가는 끄트머리, 당시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하는 백성의 주체적 의지가 담긴 사건이며 중세와 근대의 과도기에 변화를 바라는 농민 세력이 중심이 된 역동적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동학농민 운동은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 반 봉건, 반 외세 (제국주의 침략에 저항한 자주)에 대항하는 농민이 주체가 된 민중항쟁" 물론 모든 행위에는 그 주요 동인이 있고 행동을 이끌어 내는 중심 생각이 있습니다 동학은 ' 사람이 곧 하늘' 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을 그 사상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핏줄에 따라 양반 상놈이라는 틀을 정하고 살아가는 일에 전반..

서울로 가는 全琒準/안도현

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萬頃)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 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琒準)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 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주지도 못하였네 그 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 주지 못하였네 못다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 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

책등의 내재율/ 엄세원

책등의 내재율/엄세원 까치발로 서서 책 빼내다가 몇 권이 기우뚱 쏟아졌다 중력도 소통이라고 엎어진 책등이 시선을 붙들고 있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햇살이 배슥이 꽂혀와 반짝인다 정적을 가늠하며 되비추는 만화경 같은 긴 여운 잠시, 일긋일긋 흔들린다 벽장에 가득 꽃힌 책 제목 어딘가에 나의 감정도 배정되었을까 곁눈질하다 빠져들었던 문장을 생각한다 감각이거나 쾌락이거나 그날 기분에 따라 수십 번 읽어도 알 수 없는 나라는 책 한권 이 오후에 봉인된 것인지 추스르는 페이지마다 서려 있다 벽 한면을 온통 차지한 책등의 숨소리를 듣는다 안쪽의 서늘한 밀착을 느낀다 표지가 서로의 경계에서 샐기죽 기울 때 몸 안의 단어들이 압사되는 상상, 책 갈피 속 한 송이 압화 같은 나는 허름하고 시린 과거이거나 목록이다 나는 쏟..

서천(西天)으로 / 최정례

서천으로 1 서천(西天)으로 냇갈에 고기 잡으러 갔다 솜 방맹이 석유 묻혀 깊은 밤 검은 내 불 밝히면 붕어들 눈 멀거니 뜨고 가만 있었다 흐르는 냇갈 안고 자고 있었다 밑 빠진 양철통 갖다 대도 아직 세상 흐르는 줄 알고 가만 있었다 우리 언니 죽을 때 꼭 그랬다 착한 눈 멀거니 뜨고 입 벌린 채 서천으로 2 혼자 우는 새가 있었고 빈 자리가 혼자 비어 있었고 조금 비껴 서서 꽃이 피었고 괜찮아 괜찮아 앉은뱅이꽃들 쓸어안았고 돌아 앉은 얼굴들 바람에 터졌고 내 마음에 영 어긋난 길을 떠났고 * * * 최정례 시인 66세로 영면에 드셨습니다. 창작이란 거, 특히 시를 쓰는 일 사람이 할 수 있는 정신영역 최고의 결과물이자(승화(昇華)) 영혼이 얼마나 힘들게 몰아 부쳐야 하는 일인지 조금은 압니다 ' 우리..

사기(史記)꾼/김희준

사기(史記)꾼/ 김희준 팔지 않겠습니다 은퇴한 별이 너머에서 잠들고 몇 세기 밤이 광물로 굳어 졌다네 이런 밤엔 무엇도 되고 싶지 않네 먹에 끼인 구름을 피해서 계절은 도래하더군 벼루를껍질 삼았다는 말일세 적 어도 글 같은 모양새로 걷지 않겠나 발가락으로 글이 써진 다면 그까짓 변신이 두렵겠나 토막 난 성기는 폐허와 같아 거세된 문장이 동굴을 밝히 면 나는 어둠이 된다네 어둠은 그대로 검정이어서 어떤 걸 넣어도 좋다네 캄캄하게 물드는 것이 손 뿐이겠나 헤집은 곳 마다 내가 튀어나오더군 가끔은 피카이아가 잡히기도 했지 그럴 땐 그것이 고전적 유물론자인지 고대의 투명한 저녁인 지 알길이 없었다네 아무렴, 나는 팔지 않을 작정이네 동굴에는 척추로 생을 쓰는 내가 있었을 뿐이네 실존을 부끄러워하는 까닭은 어둠 ..

수선화/ 박성현

수선화/ 박성현 수선화가 피었다 발가 벗은 백발이 끓어 올랐다 옛날의 저녁이 다녀갔다 옛날의 저녁은 바스락거리며 혼자 기웃거 렸다 손가락을 움켜쥘 때마다 우산이 물컹거렸다 수선화가 피었다 눈을 활짝 열고 창틀에 고인 빗방울과 그늘을 지 켜 봤다 여름이 가고 또 다른 여름이 갔다 짧은 엽서도 없는 계절이었다 라디오는 식은 밥처럼 차가웠다 저 플라스틱 상자는 언제 쯤 노래를 흥얼거릴까 오래동안 당신이 앉아 있던 자리가 희고 간결했다 희고 간결해서 아주 멀었다 나 는 내 발목을 움켜쥐었던 빗방울과 그늘을 뒤척였다 다시 수선화가 피었다 옛날의 저녁이 기척도 없이 다녀 갔다 - " 내가 먼저 빙화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