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잎이 시들어간다/박희연 1. 먹다 남은 배추 겉잎이 시들었다. 속잎이었던 그 겉잎은 싱싱했다. 싱싱한 것을 시들게 만드는 내공은 내게 있을까 시간에 있을까 돌아 보면 내 삶은 혐의로 가득 차 어깨가 움츠러들고 손이 오그라든다. 불안은 종종 표면적을 작게 만든다. 배춧잎이 조글조글 말라붙었다. 2. 가까이서 보면 크고 멀리서 보면 작다. 표면적을 작게 만드는 방법 하나 당신과 거리를 두는 일이다. 코로나 19시대의 인류애는 서로가 서로에게 보균자라는 혐의를 두는 것 3. 오래된 습관처럼 해가 뜨고 어제 저녁 먹다 남은 배춧국을 먹는다. TV에 비친 한 정신병동에서 누군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죽거나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죽어나간다. 저 죽음의 이면에도 아랑곳 없이 당신과 나는 숟가락을 놓지 않는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