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아무나 씨에게 인사/ 김희준

생게사부르 2020. 11. 13. 08:22

아무나씨에게 인사/ 김희준

 

 

 

아무나씨는 절박한 순간에 다정해지곤 했다

 

바닥에 붙어 걷는 내 오랜 습관과 상처 많은 무릎을 혼내는 일

누르는 만큼 들어가는 모래는 완만한 표정을 가져서

중력의 무게만큼 들어간다

 

그러면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아는 척 하고

아는 사람을 모르는 척하는 마음을 설명할 수 있을 텐데

내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금방 친해질텐데

 

손에 손을 잡고 나를 떠나갈 텐데

아무나씨의 도드라진 등뼈를 만지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무거워진 마음은 목도리를 벗게하고

우리는 함께 겨울 바다에 갇혀야 할 명분을 얻기도 했다

 

가져본 적 없는 손가락이 환상통을 앓는 밤이면 마디가 아파온다

밤 하늘엔 도드라진 행성의 등뼈가 떠 있고

우린 밤하늘을 거대한 동물의 등뼈라 부르며 동물의 이름을 헤아린다

 

고대의 인류가 되어 서로의 등을 쓰다듬는다

 

아무나씨는 잘 길들인 짐승처럼 순하고 얇은 몸을 가진다

얇은 아무나씨를 모래성에 쌓는다 차곡차곡 달라붙는 아무나씨

 

그러다가 아무나씨는 왜 아무나씨인가

 

바다를 다 쓴다

까진 무릎에 닿는 모래알은 무거운 표정을 짓는다

빽빽한 내 눈을 아무나씨가 매 만질 때 단백질이 다  씻겨나간다

 

안 다쳤니,

 

아무나씨와 나는 아무 사이가 아닌데

우린 애인이 없어야 애인을 그리워할 수 있었다

 

 

 

 

사진; 마산창동 문화해설사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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