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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詩/ 최승자

자칭 詩/최승자 그러면 다시 말해볼까, 삶에 관하여, 삶의 풍경에 관하여, 주리를 틀 시대에 관하여, 아니, 아니, 잘못하면 자칭 詩가 쏟아 질 것 같아 나는 모든 틈을 잠그고 나 자신을 잠근다. (詩의 모가지여 가늘고도 모진 詩의 모가지여) 그러나 비틀어도 잠가도, 새어 나온다 썩은 물처럼, 송장이 썩어 나오는 물처럼, 내 삶의 썩은 즙, 한잔 드시겠습니까? (극소량의 詩를 토해내고 싶어하는 귀신이 내 속에서 살고 있다) * * * 허수경 시인의 시가 먹먹하다면 최승자 시인의 시는 섬뜩하달까 사랑에 관한한 아름답기보다 비극에 가깝고 삶의 환희보다 절망과 죽음에 더 가까운 삶을 살고 그런 언어의 시를 쓰는 분 그래서 더 생명력이 도드라지는... 어떤 삶이 정상이다 아니다라고 감히 누가 얘길할 수 있겠냐만..

먹고 놀다가 가끔 ...

살아오는 동안 놀기를 배우지 않았다면 일하느라 이미 온 에너지를 다 소모하고 사회와는 담 쌓고 뒷전에 나 앉았을지도 모르겠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되 그것만이 전부인냥 빠져 있을 수가 없어서 뭔가 보람 있는 일이 없나 하고 찾게된다 프리랜스로 선택한 몇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진행이 다 지지부진하다. 작년 후반기 서울서 받은 연수 '학교폭력 화해분쟁 조정전문가' ...이름도 길다 현직교사, 퇴직교사, 경찰, 변호사, 청소년 상담관련 기관, 성폭력상담소 분이나 위클 종사자들이 주로 왔었다 물론 그 이전에 서류를 내고 선정을 하고 서울서 직접 내려와 면접을 보는 과정을 거쳤다. 사실 대표가 문용린씨여서 썩 마음이 내킨 건 아니었지만 아직 이런 일을 하는 기관이 많지 않아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모란과 작약을 구분할 수 있나요?/신미나

모란과 작약을 구분할 수 있나요?/ 신미나 당신은 신발을 꺾어신고 앞서간다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을 꾸면 이별수가 있다길래 벗어 놓은 당신의 신발에 몰래 발을 넣은 적도 있다 반뼘이 컸다 이 봄은 끝내 소아병동 앞뜰에 할미꽃과 개양귀비와 망초를, 모란과 작약을 풀어놓았지만 내 눈은 당신의 신발 뒤축에만 가 앉는다 거기 앉아 구겨져 산 지 오래되었다 손톱 깎아야겠네 내리는 햇빛에 손목을 내밀면 파란 핏줄이 * * * 나는 모란과 작약을 구분하지 못한다 꽃으로는 못하고 잎으로 조금 할 수 있다 구분하지 못한들 뭐 어쩌랴...나는 종묘상도 아니고 꽃집을 하는 것도 아닌데 식물도 번듯한 이름을 가진 것이 있고, 그 아류로 불리는 것들도 있다 같은 종에도 얼마나 많은 다른 개체들이 있던지 또 ' 개~ 로 시작되는 ..

현직 시절 사진 둘,

사진 둘 코로나 이전과 이후랄까 다시는 2019 . 12월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 어렵듯이 직장이, 일이 최고인 줄 알았던 시절로도 다시 가지 않을 터 학교 생활 역시 유례가 없는 상황이 되어 2020년 올해 입학과 개학이 코로나 이전의 교육과정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한 학기가 다 지나가고 있다 아직 현직에 있는 분들 카톡으로 전해오는 근황에 의하면 마스크를 쓰고 수업도 하고 상담도 한다는데... 코로나 이후 변화될 생활에 적응해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성장기 아이들이 학교,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교사와 만나지 못하고 급우들과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사회화 과정에 이전과 다른 특성이 생겨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가 ' 인간 성장' 을 위한 제 역할을 못하고 경쟁과 성취를 부추기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마..

인월(引月)/ 유홍준

인월(引月)/ 유홍준 저 소나무 우듬지에 스윽, 배를 찔리며 가는 보름달 보아라 마을의 집이란 집들은 모두 달 가는 쪽으로 창을 냈구나 창을 내어 오래도록 잠 못 이루고 바라보고 있구나 사람을 끌고 가는 달이여 사람을 끌고 가는 달이여 이렇게 자꾸 사람을 데려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 밤새 달에게 끌려 갔다 돌아온 인월 사람들 얼굴은 반쪽이다 저 소나무 끄트머리에 스윽 옆구릴 스치며 가는 반달 인월에 와서 살려면 누구나 다 반쪽 인생을 살다 갈 작정을 해야한다 * * * 함양에 일년 있었던 적이 있엇습니다. 아이들 통학시간을 묻다가 ' 인월' 서 오는데요.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낯선 지명이어서일까 금방 알아 듣지를 못하자 ' 인월' 이라고 거듭 ' 인월' 이라고 그랬습니다. 빨리 알아 듣지 못한 이유가..

카테고리 없음 2020.06.11

모란/ 유홍준

모란/ 유홍준 고향 흙을 담아 꽃을 심는다 고향 흙은 푸슬푸슬하다 고향 흙은 자꾸만 어딘가로 가려고 한다 내 고향 흙은 마사토, 아무리 뭉쳐도 뭉쳐지지가 않는다 일평생 뭉쳐도 내 마음은 도대체 뭉쳐지지를 않는다 어떤 꽃을 심어도 내 고향 흙은 붉은 꽃만을 피운다 * * * 유홍준 샘이 오랫만에 시집을 묶으셨다 역시 선생님 스타일의 시 산청 집에 뭐 심을지 한참 고민 하셨는데 모란도 심으셨을라나... '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시인동네 시인선 127 모란 잎은 셋으로 나뉜 물칼퀴, 작약은 나선형 한 잎으로 구분한다 꽃으로 구분하는 건 나로선 어렵다

상여꽃점/ 신미나

상여꽃점/ 신미나 한 잎, 두 잎, 꽃잎 낱장 떼며 가네 너를 잃고 백치처럼 나 는 가네 송홧가루 날리는 길 맨발로 걸어, 해 붉은 길을 걸어 이 고개 넘으면 바람이 점지한 사내 하나 만나 죄를 보태 도 좋을라나 철없이 철딱서니 없이 천하게 웃음 흘려도 너 는 다시 못 올라나 사람아, 나는 입술이 까맣게 탄다 내 살로 태(胎)를 키워 네 피나 물려둘 것을 이 세월 늙어 내 눈에 꽃물 다 바래면 네 몸내를 잊으면 한 시절 약속 없이 어기고 지는 꽃낱이 섭섭만은 않을라나 나 손금 위를 비켜간 사내였어도 이윽고 흘러갔어도

죽음으로 완성되는 삶

죽음으로 완성되는 삶 앞서 살았던 분들, 요즘은 한 사람의 일생을 보면서 그분의 죽음까지 함께 살피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저 역시 살았던 날이 적지 않으면서 인생의 시계 추錘가 생명 탄생보다 죽음 소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그럴 것입니다. 아직도 하고 싶은게 많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만 사실 이제 이 세상에서 정말 궁금한 거는 딱 하나 . 언제 어떤 상황으로 죽을 것인가? 정신과 몸이 어느정도 제 의지로 통제 가능한 채 잘 죽고 싶다는 바람 하나입니다. 제 블로거에 ' 일본군 위안부' 포스팅이 여럿 있었습니다. 제가 여성이고, 국사교사였기도 했고... 특별히 신념으로 정한 바 없지만 출세나 경쟁보다 ' 인권평화' ' 조화, 균형' 같은 가치를 기본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하면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