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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련 주택 2020.6월 현재

지하련 주택 지하련 주택은 임화와 지하련의 집은 아니지만(지하련 오빠 집) 자주 드나들었고 , 당시 귀하던 여류 소설가의 작품이 네편이나 잉태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의 결말만큼이나 참혹했다 6 .25의 책임을 물어 남로당 계열을 숙청할 때 임화 역시 미 간첩이란 죄목으로 1953년 8월 처형 당했다. 그 소식을 접하고 만주에 있던 지하련은 평양으로 내달려 왔지만 구명도 못했고 치마끈도 추스러지 못했을 정도로 실성한 여자가 되어 헤매다녔지만 시신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후 몇군데 교화소를 전전하다가 지하련 역시 50 즈음 생을 마감했다고 알려진다. ' 집' 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빨리 망가진다는 건 대부분이 아는 사실 1936년 지어졌다면 84살, 한 일생으로 치면 돌아가실때가 되긴 했다만 서..

양양 하재연

양양/ 하재연 열 마리 모래무지를 담아 두었는데 바다로 돌려보낼 때 배를 드러낸 채 헤엄치지 못했다고 한다 집에 와 찾아보니 모래무지는 민물고기라고 했다 누군가의 생일이라 쏘아 올린 십연발 축포는 일곱발만 터져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르겠다고 노란 눈알이 예뻤는데 물고기는 눈을 감지 못하니까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고 했다 양양/ 하재연 물고기를 잡아야 돌아 갈 수 있다고 했다. 네 손바닥에 놓인 것이 조용했다. 해마도 물고기냐고 물었다. 해마는 말을 닮은 물고기라고 했다. 눈 뜬 해마는 식물 같아,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지. 너는 해마가 약으로도 쓰인다고 멸종위기라고 물에 사는 고기들이 다 고기인 건 아니라고 다음날이 도착했는데 죽은 해마와 나는 사람이 먹어야만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문학과 지성사...

우명牛鳴/ 유홍준

우명牛鳴 / 유홍준 진주시 망경동 섭천에 들어와 산 지 삼년 되었어요 섭천은 형평(衡平), 형평(衡平), 백정들이 살던 마을이에요 소 를 잡던 사람들이 소를 잡던 손을 씻고 피를 씻고 쌀을 씻고 꽃을 심고 살던 마을이에요 오려고 온 게 아니에요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진주에서 가장 싼 아파트, 동신아파트가 아니라 등신아파트죠 길을 잃은 소는 밤이 되면 무서워, 무덤으로 간대요 길 잃은 소가 무덤을 찾듯이 나도 이곳엘 찾아 왔어요 소를 잡던 이 마을에서 나는 온갖 두려움으로 눈망울을 디 롱거리며 되새김질 되새김질 끊임없이 천엽이 생겼어요 당신에게로 가고 싶은 내 무릎뼈는 우슬 이에요 자귀나무에 매어놓은 소는 묶인 자리에서 얼마나 뱅글뱅 글 돌고 또 돌았던지 자귀나무는 형편없이 망가진 나무가 되 었어요 울고 싶..

유홍준 하얀 면장갑

하얀 면장갑/ 유홍준 저것을 끼고 나는 운구를 했다 무겁지가 않았다 가볍지가 않았다 아직은 사람인 사람을 들고 갔던 기억 어떤 꽃보다도 희고 어떤 꽃보다도 감촉이 좋았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검은 줄이 그려진 완장을 차고, 무표정 한 얼굴로 나는 주검을 옮겼다 주검을 옮긴 면장갑을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왔다 하얀 것에 대해서 나는 설명 할 수가 없다 그냥 간직할 뿐이 다 그냥 들여다 볼 뿐이다 진주 시립화장장에서 나도 하얀 것이 될 때까지 * * * 사실 삶과 죽음은 한치 발끝에 달렸기고 하고 손바닥과 손등의 거리이기도 해서 'Well-bing'만큼 ' Well-dying' 도 중요한 삶의 철학입니다 작가들은 현상(현실) 이면까지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 죽음에 대한 고찰을 일상적으로 하는 훈련이 된..

묵편墨篇. 7/ 박기섭

묵편墨篇. 7 박기섭 -닭 게으른 신의 뜰에 봄은 더디 오고 서너마리 다소곳이 햇볕 속에 흩어졌다 꽃도곤 벼슬이 붉은 닭 천상의 양식을 쪼는 -비, 오월 영상 팔,구도쯤의 오월도 아침나절 이맛전을 스쳐가는 짧은 비의 탄주를 나무는 다 들은 눈치다 사운거리는 잎들을 보면 -풍경 처마끝을 들어 올린 춤도 이제 지쳤구나 숱한 천둥번개 스러져간 골짜구니 쇳소리 떨어진 족족 산구절초 피었다

여름 능소화/ 정끝별

여름 능소화/ 정끝별 꽃의 눈이 감기는 것과 꽃의 손이 덩굴지는 것과 꽃의 입이 다급히 열리는 것과 꽃의 허리가 한껏 휘어지는 것이 벼랑이 벼랑 끝에 발을 묻듯 허공이 허공의 가슴에 달라붙듯 벼랑에서 벼랑을 허공에서 허공을 돌파하며 홍수가 휩쓸고 간 뒤에도 붉은 목젖을 돋우며 더운 살꽃을 피워내며 오뉴월 불든 사랑을 저리 천연스레 완성하고 있다니! 꽃의 살갗이 바람 드는 것과 꽃의 마음이 붉게 멍드는 것과 꽃의 목울대에 비린내가 차오르는 것과 꽃의 온몸이 저리 환히 당겨지는 것까지

지하련 주택 1.

마산 산호리 지하련 주택 1. " 근대 건조물" 이란 19세기 개항기부터 건립된지 50년이 지난 역사적, 건축사적, 산업적 또는 예술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말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축물들이 철거되고 사라지는 시점이어서 각 지자체는 2010년 이후 근대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근대 건조물 보호에 힘쓰게 된 것이지요. 조선 총독부 건물 돔을 철거할 때가 생각 납니다. ' 일재잔재' 를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 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소수는 보존해야한다고 했지요.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 모여 만들어 가는 역사 , 뿌듯한 내용보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평가되는 일들이 더 많지만 그 역시 다 우리의 역사로 감싸 안아야 한다는 사실 " 반면 교사"라고 하나요? 창원시 역시 그러한 건물들을 근..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이원하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이원하 하늘에 다녀왔는데 하늘은 하늘에서도 하늘이었어요 마음 속에 손을 넣었는데 아무 말도 잡히지 않았어요 먼지도 없었어요 마음이 두개이고 그것이 짝짝이라면 좋겠어요 그중 덜 상한 마음을 고르게요 덜 상한 걸 고르면 덜 속상할테니깐요 잠깐 어디 좀 다녀 올게요 가로등 불빛을 좀 밟다가 왔어요 불빛 아래서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뒤졌는데 단어는 없고 문장은 없고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삶만 있었어요 한 삼 개월 실눈만 뜨고 살테니 보여주지 못하는 이것 그가 채갔으면 좋겠어요 * * * 신춘문예 등단 작품 ' 제주에서 홀로 살고 술은 약해요' 제목부터 기존 시에서 보기 어려운 상큼 발랄, 통통 튀면서 '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 다더니 살..

적/ 임화

적 / 임화 - 네 만일 너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이는 사랑이 아니니라.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를 미워하는 자를 사랑하라. 『복음서』 1 너희들의 적을 사랑하라 ─ 나는 이때 예수교도임을 자랑한다. 적이 나를 죽도록 미워했을 때, 나는 적에 대한 어찌할 수 없는 미움을 배웠다. 적이 내 벗을 죽음으로써 괴롭혔을 때, 나는 우정을 적에 대한 잔인으로 고치었다. 적이 드디어 내 멋의 한 사람을 죽였을 때, 너는 복수의 비싼 진리를 배웠다. 적이 우리들의 모두를 노리었을 때, 나는 곧 섬멸의 수학을 배웠다. 적이여 너는 내 최대의 교사, 사랑스러운 것! 너의 이름은 나의 적이다. 2 때로 내가 이 수학 공부에 게을렀을 때, 적이여! 너는 칼날을 가지고 나에게 근면을 가르치었다. 때로 내가 무모한 돌격을 시..

當代의 當代의 / 최승자

當代의 當代의/ 최승자 내가 믿지 않았던,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그 세월 위에 그래도 녹이 슬고 또 싹이 트느니 이제 내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을 當代여 당신의 외로움이 날 불러냈나, 내 그리움이 당신을 불러냈나, 외로움과 그리움이 만나 찬란하구나, 이 밤의 숱한 슬픔의 친척들이 만나 다정히 꼬리를 깨물고 깨물리우는 이 밤의 슬픔의 불꽃놀이여, 當代의 當代의 슬픔의 집합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