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호 슬픔의 근친 슬픔의 근친/ 장만호 오늘 저녁 슬픔의 주인은 누구인가 돼지고기 한 근을 앞에 두고 부엌에 서서, 오래도록 생각하고 있는 어머니인가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아들인가 이상하다,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고추장불고기를 해먹어야 겠는데, 생각이 30년 동안 식당 주인이었는데도 갑자기 요리.. 시로 여는 일상 2020.05.16
박현덕 저녁이 오는 시간 흑산도 저녁이 오는 시간 15/ 박현덕 - 흑산도 선착장 명성민박 평상 너머 바라보니 눈물 헤픈 여자처럼 파도로 우는 여자 수장된 사내들 무리 어스름에 밀려든다 * * * 저녁이 오는 어스름 누구나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마저 멈추고 골돌하게 존재를 머물게하는 힘을 가진다 말의 잔치가 심하고 .. 시로 여는 일상 2020.05.14
벚나무 아래서 장만호 벚나무 아래서/ 장만호 1 물들은 일어나 한 그루 나무가 된다 어두운 흙 속에서 이내 출렁이다가 제 몸을 이끌어 거슬러 올라갈 때 물들은 여기 나무의 굽은 등걸에서 잠시 동안은 머물렀을 것이다 제 몸을 수없는 갈래로 나누고 나누어 나무의 등뼈와 푸른 핏줄을 통과할 만큼 작아졌을 .. 시로 여는 일상 2020.05.01
사라진 봄 사라진 봄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도 화엄사 홍매도 다 잘라먹은 시간 꽃이 피지는 않았을 터 코로나가 잡아먹은 시간의 흔적들 ㅎ ㅇ 샘과 ㅇ ㄴ 샘 흑매라고도 불리고... 사진 이야기 2020.04.30
캔디라이트 정문정 캔디라이트/ 정문정 손바닥만한 사막을 들였다 사막이 점점 평수를 늘리고 있다 물을 많이 주지 마세요 나는 착한 사람이 되기로 하고 그날부터 물을 주지 않았다 서서히 줄기가 말라졌다 해피트리 나뭇잎이 시들고 스킨답서스가 초록빛을 잃어갔다 물카라는 꽃을 피우지 않았고 제 잎.. 시로 여는 일상 2020.04.27
김언희 실렌시오 실렌시오/ 김언희 침이 독이 되도록 침묵할 때, 입 속에서 침이 납처럼 끓을 때, 귀밑샘 가득 독이 차오를 때, 시커멈 입이 독으로 축축해질 때, 죽음을 향해 삐뚜름하게 미소지을 때 터질듯이 씨방이 부풀어 오를 때, 고막이 탱탱 울릴 때, 젖꼭지가 빳빳해질 때, 온몸의 숨구멍이 분화구.. 시로 여는 일상 2020.04.17
김혜순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 / 김혜순 새라고 발음하면 내 몸에서 바람만 남고 물도 불도 흙도 다 사라지는 듯 그 이름 새는 새라는 이름의 질병인가 새는 종유석 같던 내 뼈에서 바람 소리가 나게 한다 날지 못하는 새들은 다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죽일 새도 없으니 산 채로 자루에 넣어 구덩이에 파.. 시로 여는 일상 2020.03.08
제주, 오 설록 제주, 오 설록 딸은 스페인어 통번역 일과 차(Tea)사업을 주업으로 하며 생활한다. 멋부리는 일이나 술은 선택이지만 어디를 가든 먹어야하니 ' 맛'집과 ' 찻'집 방문은 필수랄까 이왕이면 괜찮은 ' 찻'집을 찾아가는 일은 딸로서는 일의 연장선에 있기도 하다. 맛있고 색다른 차와 다과를 찾아다니는 일이 자기 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라 순수한 의미에서 딸은 휴가도 일의 일부이다. 하지만 따라 다니며 부담없이 먹고 마셔 주면 되는 우리는 당사자와 달리 휴가를 즐기면 된다. 2017년에는 가족이 가서 만났고 거의 4년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딸은 연말연시 가족 휴가를 제주도로 잡겠다며 일찌감치 예약된 비행기표를 메세지로 보내 왔다. 김포공항서 내려와야 하는 지 동생과 스케줄을 맞춘다고 한번 변경까지 했다. .. 개인적, 사적 일상 2020.02.17
조우연 컵 씨 컵 씨/ 조우연 너무 우울한 컵 씨는 귀가 자꾸 늘어난다 아무 울적한 일이 없어도 컵 씨의 한쪽 귀는 자꾸 당겨진다 누가 차 한잔 할래요 하면서 컵 씨의 명랑을 의심하면 컵 씨는 왼쪽귀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못생기고 과장스 런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컵 씨는 고개를 숙여 안녕하세요 하고 밑바닥까지 보여준다 하지만 컵씨의 진짜 바닥은 밑 하고도 바깥쪽이라 컵 씨 반대편에 서만 컵 씨의 감정을 볼 수 있다 그릇 된 컵 씨는 그릇된 감정들을 녹차 커피 꽃차 등으로 발효시킬수 있다 누가 내 두 귀를 잡고 기울이면 애써 가라 앉힌 내부의 침전 들이 쏟아질까 몹시 불안하다 낯뜨거운 일이 생기면 컵 씨는 귀를 만지는 버릇이 있다 듣는 일은 냉정을 요하는 일이므로 귀는 늘 차갑다 귀가 무능해 지거나 기가, 귀가 막히면 .. 시로 여는 일상 2020.02.16
하동, 쌍계사 부근 찻집 하동, 쌍계사 부근 찻집 하동은 녹차 산지라 전통 다원이 많은 편이었는데 세태따라 도회의 커피 카페랑 접목하는 방식의 찻집들이 늘어나고 있네요 2년 전 딸이 방문 했을 때 입구의 '쌍계명가'만 해도 도회에 비해 손색 없는 찻집이어서 필요한 것들을 구입했는데 올해는 , 단지 찻집 건물 하나가 아니라... 찻집공원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지난번 여름에 개발도 되지 않는 곳에 세컨하우스 마련한 친구 초대로 하루 급하게 다녀 가면서 그 날 찻집의 유명세를 듣긴 했지만 들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딸이 녹차 연구소 수입업무 미팅이 잡혀서 마산서 아침 일찍 서둘러 떠났어요. 오전에 하동군청, 새로 옮겨진 녹차 가 공장 방문하고 점심 먹고 오후에 하동푸드점 들르고 또 업무보고 다 마치니 4시 가까이 됐는데 별 먼 거리도.. 시간 여행의 기록/이웃지역 진주, 지리산 부근 2020.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