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월(引月)/ 유홍준
저 소나무 우듬지에
스윽,
배를 찔리며 가는 보름달 보아라
마을의 집이란 집들은 모두 달 가는 쪽으로
창을 냈구나 창을 내어
오래도록 잠 못 이루고 바라보고 있구나
사람을 끌고 가는 달이여
사람을 끌고 가는 달이여
이렇게 자꾸 사람을 데려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
밤새 달에게 끌려 갔다 돌아온
인월 사람들 얼굴은 반쪽이다
저 소나무 끄트머리에
스윽
옆구릴 스치며 가는 반달
인월에 와서 살려면 누구나 다 반쪽 인생을 살다 갈 작정을
해야한다
* * *
함양에 일년 있었던 적이 있엇습니다.
아이들 통학시간을 묻다가
' 인월' 서 오는데요.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낯선 지명이어서일까
금방 알아 듣지를 못하자 ' 인월' 이라고
거듭 ' 인월' 이라고
그랬습니다. 빨리 알아 듣지 못한 이유가 함양이 경상도에 속하는데 인월은
전라도 남원에 속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국경이든 도경이든 경계지역에는 이쪽에서 건너가고 또 저쪽에서 건너오고
해서 서로 섞여 살아가기 마련인 것
시인은 마을의 집들이 모두 달 가는 쪽으로 창을 냈다고 하네요
저는 함양서 20-30분 넘어가면 전라도라는게 신기했지요
도로가 잘 뚫여 있고 차를 통한 이동이 빈번한 생활이지만 그래도 창원에서
전라도 가기는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으면 먼 거리처럼 느껴지는데
대학시절 다녀 온 이후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던 평지의 절,
실상사를 세 번이나 갈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ㅇ이 두개나 들어 있어서일지 달 월(月)이 들어 있어서일지
아니면 끌 인(引)이 들어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 인월'
참으로 정감 있는 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