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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引月)/ 유홍준

생게사부르 2020. 6. 11. 01:26

인월(引月)/ 유홍준

 

 

저 소나무 우듬지에

스윽,

 

배를 찔리며 가는 보름달 보아라

 

마을의 집이란 집들은 모두 달 가는 쪽으로

창을 냈구나 창을 내어

오래도록 잠 못 이루고 바라보고 있구나

 

사람을 끌고 가는 달이여

사람을 끌고 가는 달이여

 

이렇게 자꾸 사람을 데려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

 

밤새 달에게 끌려 갔다 돌아온

인월 사람들 얼굴은 반쪽이다

 

저 소나무 끄트머리에

스윽

옆구릴 스치며 가는 반달

 

인월에 와서 살려면 누구나 다 반쪽 인생을 살다 갈 작정을

해야한다

 

 

*     *     *

 

함양에 일년 있었던 적이 있엇습니다.

아이들 통학시간을 묻다가

' 인월' 서 오는데요.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낯선 지명이어서일까

금방 알아 듣지를 못하자 ' 인월' 이라고

거듭 ' 인월' 이라고

 

그랬습니다. 빨리 알아 듣지 못한 이유가 함양이 경상도에 속하는데 인월은

전라도 남원에 속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국경이든 도경이든 경계지역에는 이쪽에서 건너가고 또 저쪽에서 건너오고

해서 서로 섞여 살아가기 마련인 것

 

시인은 마을의 집들이 모두 달 가는 쪽으로 창을 냈다고 하네요

 

저는 함양서 20-30분 넘어가면 전라도라는게 신기했지요

도로가 잘 뚫여 있고 차를 통한 이동이 빈번한 생활이지만 그래도 창원에서

전라도 가기는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으면 먼 거리처럼 느껴지는데

대학시절 다녀 온 이후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던 평지의 절,

실상사를 세 번이나 갈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ㅇ이 두개나 들어 있어서일지 달 월(月)이 들어 있어서일지

아니면 끌 인(引)이 들어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 인월'

참으로 정감 있는 지명입니다.

 

 

 

스승의 날 이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