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하재연
열 마리 모래무지를 담아 두었는데
바다로 돌려보낼 때
배를 드러낸 채 헤엄치지 못했다고 한다
집에 와 찾아보니
모래무지는 민물고기라고 했다
누군가의 생일이라 쏘아 올린 십연발 축포는
일곱발만 터져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르겠다고
노란 눈알이 예뻤는데
물고기는 눈을 감지 못하니까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고 했다
양양/ 하재연
물고기를 잡아야 돌아 갈 수 있다고 했다.
네 손바닥에 놓인 것이 조용했다.
해마도 물고기냐고 물었다.
해마는 말을 닮은 물고기라고 했다.
눈 뜬 해마는 식물 같아,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지.
너는 해마가 약으로도 쓰인다고
멸종위기라고
물에 사는 고기들이
다 고기인 건 아니라고
다음날이 도착했는데
죽은 해마와
나는 사람이 먹어야만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우주적인 안녕> 문학과 지성사. 2019
부산 태종대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내기/ 유영금 (0) | 2020.07.24 |
---|---|
폭우반점/ 조우연 (0) | 2020.07.23 |
유홍준 하얀 면장갑 (0) | 2020.07.12 |
묵편墨篇. 7/ 박기섭 (0) | 2020.07.05 |
여름 능소화/ 정끝별 (0) | 2020.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