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1052

김이듬 12월

12월 김이듬 저녁이라 좋다 거리에 서서 초점을 잃어가는 사물들과 각자의 외투 속으로 응집한 채 흔들려 가는 사람들 목 없는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다 너를 기다리는 게 좋다 오늘의 결심(決心)과 망신(亡身)은 다 끝내지 못 할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내는 것이다 포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재능이 좋다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헐 벗었고 새떼가 죽을 힘을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반대로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 좋다 신년이 아니고 연말, 흥청망청 처음이 아니라서 좋다 이제 곧 육신을 볼 수 없겠지 움푹 파인 눈의 애인과 창백한 내 사랑아 일어나라 내 방으로 가자 그냥 여기서 고인물을 마시겠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널 건드려도 괜찮지? 숨 넘어 가겠니? 영혼아, 넌 내게 뭘 줄수 있었니? - 말 할 수 없는 애인. 201..

장옥관 돌에 입 닦고 잠드는 뱀처럼

돌에 입 닦고 잠드는 뱀처럼 / 장옥관 뱀은 동면에 들어가기 전에 몇 번이나 허물을 벗는다고 해 벗은 허물 머리 부분은 꼭 제가 먹는다지 옛사람들 그 허물 머리 부분을 거둬 쌀뒤주 아래 두려 했다는 거야 허물 다 벗은 뱀은 돌에 입을 닦는데, 입 닦은 돌에 입을 대면 동지섯달 겨우내 밥 먹지 않아도 배고 픈 줄 모른다는 거야 배고파보지 못한 사람은 정녕 모를 거라, 그게 엄마나 끔찍한 일인지 몸은 염치가 없어 뱀이 입 닦은 돌 구하려는 건 다석 선생*처럼 밥 안 먹고도 살 방도 찾자는 게 아니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는 거야 왜 그런광고 있었잖아 새해 첫 날에 귀 엽고 어여쁜 탤런트가 손나발 대고' 부자 되세요오오' 소리치던 얼굴이 화끈, 달아 오르더라 부자가 얼마나 좋기에 그 드물다는 뱀 허물이나 입 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