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후
의문과 실토
신神의 자연사만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뿔을 기른다는 건 뿔을 지켜보는 믿음에서 비롯되지요
상상 속에서 겨누고, 맞서고, 찔리다 비기는...허깨비들의 연속극처럼
죽은자의 어둠은 어디로 다시 기어가 인간행세를 할지 의아하군요
침묵이 내전(內戰)을 끝내지 않아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날 때까지 시궁을 조성하니까
인간의 무고한 슬픔을 감상하기 좋은 날이 찾아왔군요
이 슬픔으로 굳은 거푸집은 집안 마당의 포도나무와 갓 태어난
아이와 마루 밑 고양이의 하품까지도 빚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뿔이 서로의 허점을 겨누며 파고들 때야
인간은 빠르게 번성하고, 조물주는 다른 재물을 찾아 떠나더군요
쓰다듬을수록 뿔은 덧나기 쉽고
슬픔도 기쁨도 알 리 없을 만큼 어리석고 깨끗한 영혼을 물색하던
신(神)의 노고가 우산 끝에 맺혀 있는 걸 봅니다
인간이 지칠 때까지 뿔 같은 비를 적실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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