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고양이의 시간
고양이의 시간 / 조민 잠이들면 한 뼘씩 길어지는 발이 있다 발톱의 흰 반달이 자라서 보름달이 되는 발이 있다 발꿈치가 자꾸만 껌처럼 달라붙는 발이 있다 노란 복숭아 닮은 발이 있다 길어지고 또 길어져서 흰 거품을 문 해안선이 되고 파도가 되고 계단이 되어 누군가의 등짝을 밟고 점점 둥글어지는 무덤 꿈 속에서만 걷는 발이 있다 자라지 않는 아이의 눈 속에서 신발이 되고 의자가 되고 유리컵이 되고 담배 연기가 되는 발이 있다 잠이들면 두뼘 세뼘 길어지는 발이 있다 * * * 주변에서 가장 만나기 쉬운 동물, 개와 고양이입니다. 여성 화가들이 쉽게 그리는 대상이 꽃, 과일 같은 정물이듯이 여성 시인들은 고양이를 대상으로 시를 많이 써요. 황인숙 시인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시의 대상으로 삼을 뿐 아니라 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