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1052

허수경 어느날 애인들은,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

어느 날 애인들은 / 허수경 나에게 편지를 썼으나 나는 편지를 받아보지 못하고 내 영혼은 우는 아이 같은 나를 달랜다 그때 나는 갑자기 나이 가 들어 지나간 시간이 어린 무우잎처럼 아리다 그때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든 별들은 기억을 빠져나가 제 별자리로 올라가고 하늘은 천천히 별자리를 돌린다 어느날 애인들은 나에게 편지를 썼으나 나는 편지를 받지 못하고 거리에서 쓰러지고 바람이 불어오는 사이에 귀를 들이민다 그리고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 구름은 썩어가는 검은 건물 위에서 우연히 멈추고 건물 안 에는 오래된 편지, 저 편지를 아직 아무도 읽지 않았다. 누 구도 읽지 않은 편지 위로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 곧 건물은 사라지고 읽지 않은 편지 속에 든 상징도 사라져 갈 것이다 누군들 사라지는 상징을 앓고 싶었겠는..

이영광 문병, 쉼,

문병 / 이영광 사라지지 않는 고통 같은 건 없다고 그녀는 그에게 말 한다 그는 이를 악물고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고개가 그를 끄덕인다 그가 이를 악물고 일어나려 할 때 그를 물 고 있는 고통은 말이 없다 고통이 말없이 아플 때 고통의 배후에는 고통을 물고 놓아 주지 않는 강철 이빨이 있다 물고 뜯고 사생결단하는 침상 한가운데로 사십 킬로 남짓한 그의 몸이 밥으로 던져져 있다 고통은 온종일 밥을 먹는 다 배가 터지면 밥 속으로 들어가 잠깐 쉬고 나와 밥 을 물어뜯는다 그래도 고개는 그를 끄덕인다 그녀가 그를 다시 눕힌다 그래, 사라지지 않는 고통 같은 건 없고 말고 사라지지 않는 것도 사라지는 것고 없고말고 밥을 다 먹 어치우자마자 고통은 밥 속에서 죽을 것이다 고개는 기어 코 그를 꺾을 것이다 그래..

허수경 기차는 간다, 섬이되어 보내는 편지

섬이되어 보내는 편지/ 허수경 나는 내 섬에서 아주 오래 살았다 그대들은 이제 그대들의 섬으로 들어간다 나의 고독이란 그대들이 없어서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나여서 나의 고독이다 그대들의 고독 역시 그러하다 고독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지만 기필코 우리를 죽이는 살인자인 것은 사실이다 ​그 섬으로 들어갈 때 그대들이 챙긴 물건은 ​그 섬으로 들어갈 때 내가 챙긴 물건과 비슷하겠지만 ​단 하나 다른 것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챙긴 사랑의 편지지가 ​그대들이 챙긴 사랑의 편지지와 빛이 다른 것 ​그 차이가 누구는 빛의 차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세기의 차이다 ​태양과 그림자의 차이다 ​이것이 고독이다 ​섬에서 그대들은 나에게 아무 기별도 넣지 않을 것이며 ​섬에서 나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