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1052

수양벚꽃 만나던 날

수양벚꽃 만나던 날 꽃을 제대로 보는 눈이 없으니 매화인지 벚꽃인지 복사꽃이니 그게 다 비슷비슷 ㅠㅠ 그러니 왕벚, 양벚을 구분하거나 일본품종의 오까메니 하진앵이니 이름까지 불러 주는 일은 나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전문적인 영역의 일에 속하는 것이지요. 색이 조금 더 붉다, 많이 붉다 정도... 그런데 합천댐 지나 거창 임불마을로 수양(능수)벚꽃을 만나러 가게 된 건 자연에 대한 감상이 남다른 시교실 사부 유홍준샘 안내였습니다. 과연 벚꽃 정취가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봄이면 특별히 벚꽃을 보러가지 않아도 지천으로 봅니다 산복도로변, 창원 교육단지 주변, 진해만 넘어가면 안민고개 길 여좌천, 내수면 생태공원 도시전체가 벚꽃천지이니까요. 원래 사진을 찍는 분들은 꽃이 만개하는 날짜를 체크해서 계획적으로 ..

김이듬 시골 창녀와 진주 시 행사

시골 창녀/ 김이듬 진주에 기생이 많았다고 해도 우리 집안에는 그런 여자가 없었다 한다 지리산 자락 아래 진주 기생이 이 나라 가장 오랜 기생 역사를 갖고 있다지만 우리 집안에 열녀는 있어도 기생은 없었단다 백정이나 노비, 상인 출신도 없는 사대부 선비 집안이었다며 아버지는 족보를 외우신다 낮에 우리는 촉석루 앞마당에서 진주 교방굿거리춤을 보고 있었다 색한삼 양손에 끼고 버선발로 검무를 추는 여자와 눈이 맞았다 집안 조상중에 기생 하나 없었다는 게 이상하다 창가에 달 오르면 부푼 가슴으로 가야금을 뜯던 관비 고모도 없고 술자리 시중이 싫어 자결한 할미도 없다는 거 인물 좋았던 계집종 어미도 없었고 색색비단을 팔러 강을 건너던 삼촌도 없었다는 거 온갖 멸시와 천대에 칼을 뽑아들었던 백정 할아비도 없었다는 ..

조랑말 속달 우편/ 곽문영

조랑말 속달 우편/ 곽문영 매일 죽음도 불사하는 숙련된 기수여야 함 고아 환영 * 조랑말 속달 우편 달리던 기수의 뺨에 벌레가 앉았다 그것을 만지자 힘없이 부서졌다 바람에 죽기도 하는구나 야생 선인장이 많은 고장을 지나고 있었다 식물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도 알지 못했다 매일 잠들기 전 기수 는 그날 만난 바람을 필사했다 그것은 잘 썼다고도 못 썼다고도 말할 수 없는 일기였다 달리는 기수와 조랑 말의 모양만큼 매일 바람이 일그러졌다 사무소를 출발한 기수는 열흘 이내에 동부의 모든 마을에 나타났다 기수는 작고 왜소해서 말에서 내리면 가장 먼 곳으로 심부름을 떠나 온 아이 같았다 기수는 가끔 다른 지역 의 기수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다 쓴 편지를 자신의 가방에 넣고 스스로 배달하기도 했다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