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간발 황인숙 간발 앞자리에 흘린 지갑을 싣고 막 떠나간 택시 오늘 따라 지갑이 두둑도 했지 애가타네, 애가 타 당첨 번호에서 하나씩 많거나 적은 내 로또의 숫자들 간발의 차이 중요하여라 시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간발의 차이 간발의 차이로 말이 많아지고, 할 말이 없어지고 떠 올렸던 시.. 시로 여는 일상 2019.02.28
파일명 서정시 파일명 서정시/ 나희덕 그들은 <서정시>라는 파일 속에 그를 가두었다 서정시마저 불온 한 것으로 믿으려 했기에 파일에는 가령 이런 것들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머리카락 한줌 손톱 몇 조각 한 쪽 귀퉁이가 헤진 손수건 체크무늬 재킷 한벌 낡은 가죽가방과 몇 권의 책 스푼과 포크 .. 시로 여는 일상 2019.02.25
문인수 2월 2월/ 문인수 그대 생각의 푸른 도화연필 같은 저녁이여, 시린 바람의 억새 사이사이가 자디잘게 자디잘게 풀린다 나무와 나무 사이 나무와 억새와 바위 사이가 또한 거뭇거뭇 소문처럼 번져 잘 풀리면서 산에 있는 것들 모두 저 뭇산의 윤곽 속으로 흘러 들었나, 불쑥불쑥 지금 가장 확실.. 시로 여는 일상 2019.02.21
아득한 한 뼘 / 권대웅 아득한 한 뼘/ 권대웅 멀리서 당신이 보고 있는 달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달이 같으니 우리는 한 동네지요 이곳 속 저곳 은하수를 건너가는 달팽이처럼 달을 향해 내가 가고 당신이 오고 있는 것이지요 이 생 너머 저 생 아득한 한뼘이지요 그리움은 오래되면 부푸는 것이어서 먼 기억일수.. 시로 여는 일상 2019.02.20
장독대가 있던 집/ 권대웅 장독대가 있던 집/ 권대웅 햇빛이 강아지처럼 뒹굴다 가곤 했다 구름이 항아리 속을 기웃거리다 가곤 했다 죽어서도 할머니를 사랑했던 할아버지 지붕 위에 쑥부쟁이로 피어 피어 적막한 정오의 마당을 내려다보곤 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조끔씩 떠나가던 집 빨랫줄에 걸려 .. 시로 여는 일상 2019.02.18
박순희 역류하는 소문 역류하는 소문/ 박순희 봄밤은 무리지어 피는 것을 좋아합니다 무리는 많은 말 발굽들이 있고 나는 그 중에 한개를 뽑아 구두에 매달았습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한낮이 지나갑니다 낮 동안 소리 없는 말들이 엄지에서 태어나고 죽어갑니다 천리를 간다는 말엔 흥겨운 안장이 있습.. 시로 여는 일상 2019.02.15
이승희 사랑은 사랑은/ 이승희 스며드는 거라잖아 나무뿌리로, 잎사귀로, 그리하여 기진맥진 공기중으로 흩어지는 마른 입맞춤 그게 아니면 꽃잎 위에 새겨진 무늬를 따라 꽃잎의 아랫입술을 열고 온몸을 부드럽게 집어 넣는 일 그리하여 당신 가슴이 안쪽으로부터 데워지길 기다려 당신의 푸르렀던 한.. 시로 여는 일상 2019.02.13
김경미 다정이 병인 양 다정이 병인 양/ 김경미 1 매일 기차를 탑니다 거짓말입니다 한주일에 한번씩 기차를 탑니다 그것도 거짓말입니다 실은 한달에 한번쯤 탑니다 그것은 사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사실을 바라는 건 배신을 믿기 때문입니다 꽉찬 배신은 꽃잎 겹겹이 들어찬 장미꽃처럼 너무 진하고 .. 시로 여는 일상 2019.02.11
천양희 지나간다, 사람의 일 지나간다/ 천양희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 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 시로 여는 일상 2019.02.09
백석 立春 백석의 入春 농사 짓던 전통사회에서 절기가 가지던 의미는 곧 사람들의 일상이었습니다. 백석의 '입춘' 을 보면 시라기 보단 수필인데 입춘 때 함께 오는 고향이야기 돈과 목숨과 생활과 경우와 운수같은 사람 사는이야기 과학기술의 발달과 사회문화의 변화에 따라 그 내용이 좀 다르.. 시로 여는 일상 2019.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