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1052

조정인 백 년 너머 우체국

백 년 너머 우체국/ 조정인 유리잔이 금 가는 소릴 낼 때, 유리의 일이 나는 아팠으므로 이마에서 콧날을 지나 사선으로 금이 그어지며 우주에 얼굴이 생겼다 그것은 이미 시작되고 있던 일 그의 무심이 정면으로 날아 든 돌멩이 같던 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뜨 거운 물이 부어지며 길게 금가는 유리잔이던 날 그곳으로부터 시작된 질문: 영혼은 찢어지는 물성인가 금 가고 깨어지 는 물성인가 하는 물음 사이 명자나무가 불타오르고 유리의 일과 나 사이 사월은 한 움큼, 으깨진 명자꽃잎을 손에 쥐여주었 다 나에게 붉은 손바닥이 생길 때 우주에는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12월로 이동한 구름들이 연일 함박눈을 쏟아냈다 유리병 가득 눈송이를 담은 나는 자욱한 눈발을 헤치고 백 년 너머, 눈에 묻힌 우체국 낡은 문을 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