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1052

벽제화원/ 박소란

벽제화원/ 박소란 죽어 가는 꽃 곁에 살아요 긴긴 낮 그늘 속에 못 박혀 어떤 혼자를 연습하듯이 아무도 예쁘다 말하지 못해요 최선을 다해 병들테니까 꽃은 사람을 묻은 사람처럼 사람을 묻고도 미처 울지 못한 사람처럼 쉼 없이 공중을 휘도는 나비 한마리 그 주린 입에 상한 씨앗 같은 모이나 던져주어요 죽은 자를 위하여 나는 살아요 나를 죽이고 또 시간을 죽여요 * * * 황병승 시인이 사망했습니다. 죽은지 보름이 넘어 발견 되었고요. 이제 49의 젊은 나이에... 고독사라니... 오늘 연극인 이윤택은 7년 형을 받았다는 기사도 봅니다 시인이나 예술인이기 전에 ' 민주사회의 한 시민으로' 인간 보편의 ' 인권 의식' ' 인격' 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그런 논란을 불러 온 개인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

강재남 참꽃과 헛꽃에 대해 생각하는

참꽃과 헛꽃에 대해 생각하는/ 강재남 오후 두시에 내리는 비는 수직이다 머리를 곤두박질치듯 땅으로 들이미는 내밀한 직유다 직유는 자유라는 다른 이름의 시니피앙 부정문에 흡착 된 자유의 함몰 수직에 익숙한 우리가 언제 수평적인적 있었던가요, 묻고 싶은 날 쓰러지듯 창가에 기댔다 수평으로 물결치는 물 무늬 빗물이 기이한 수평으로 인식되던 날, 내가 마음대로 수평을 읽어버리던 날 산수국이 피었다 어제 산길에서 보았던 보랏빛 무더기 가난한 심장을 가진 헛꽃과 차가운 참꽃 이야기가 바위 틈에 숨어 있었지 시린 색깔을 그대로 안아버린 헛꽃과 무심한 참꽃이 빗 물을 받아내고 있었지 헛꽃을 닮은 당신과 이름만 참꽃인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가 당신의 수평과 나의 수직의 흔들리는 것을 생각하다가 당신의 감싸기와 나의 ..

김혜순 나비-열 하루

나비 - 열 하루/ 김혜순 네가 이미 죽은 사람이란 걸 깨닫는 방법은 이와 같다 유리창에 대고 입김을 불어본다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탄생이란 항상 추락이고 죽음이란 항상 비상이라 하니 절벽에서 몸을 날려본다 매일 이어지는 지면紙面을 향한 추락인가? 비상인가? 한 쪽 발로 선 나비가 다른 쪽 발엔 빨간 잉크를 찍어 종이에 편지를 써 본다 엄마: 설마 너 태어나자 마자 웃는 거야? 너: 아니 웃을 수 있는가 보는 거야! 추락이 시작되면 비명의 비상도 시작한다 심연의 가장자리가 무한히 떠 오른다 하늘에서 푸른 물방울 하나 지펴질 때마다 네 날개가 물위에서 퍼지는 파문처럼 일시에 지펴지고 너는 이제 너에게서 해방인가! 네 발에는 곧 발자국이 없다 네 목소리에는 곧 소리가 없다 네 기쁨에는 곧 호흡이 없다 네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