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오늘, 최문자

생게사부르 2019. 8. 23. 17:49

 

 

오늘/ 최문자


 

시를 쓰고 있었다
너무 오래 나를 의심하면서

나를 열어젖히면 오늘이 은밀했다
바람 맛이 나는 이곳 긴 터널을 걸어 나왔다

시를 멈추면 시를 멈추지 못하는 자들 사이에 서 있었다
미래와 어제가 딸려 오고 득실거리는 실패까지 파고든다

누가 나에게 숨 가쁘게 살라고 했을까
물 속의 물고기들은 반쯤 상한 아가미를 기억하지 않아
오늘은
왜 더 자주 하강하나

우리는 아무도 죽어보지 못한 사람
시인이 죽은 다음에 어떤 오늘이 살아서 터벅터벅 걸
어 나올까

오늘 죽도록 쓰고 내일 죽지 못했다

슬픈 색을 칠하고 자꾸자꾸 숨 가쁜
천천히 죽어가는
오늘의 아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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