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송진권 내가 그린 기린그림은

생게사부르 2019. 8. 7. 10:56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송진권


 

내가 그린 기린그림은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해가 스무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영영 울지를 않았습니다*
모가지만 계속 자라나서
계수나무잎을 다 따먹더니
분화구에 머릴 박고 물을 마셨습니다
뿔 사이로 기러기떼가 날아가고
눈에 은빛 서리를 묻힌 채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미루나무 긴 다리로
여러 개의 물과 산을 지나
허청허청 걸어나갔습니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그림 속에 팔랑대는 나무 한 그루만 세워놓고
그림 밖으로 떠났습니다
눈매 서늘한 그 기린이 보고 싶습니다



                           * 김영랑 ' 거문고'에서

 

 

*        *        *

         

      이 시는 그렇게 심하지 않지만 직업이 ' 역무원'이라는데 연령에 비해 오지게 토속적인 묘사, 서정

     어린시절 체험이나 어른들 구술에 의한 향토적 서정에

     우리의 토속적인 시 제대로 읽으신 듯 ....인용에 정지용, 김억, 김영랑 시인 나옴.            

      서정주, 백석 시 같은... 분위기

 

 제목이 이전에 말놀이 하던 생각나게 하네요

' 내가 그리 기린 그림은 잘 그린 기린 그림인가 못 그린 기린 그림인가'

비슷한 귀절이 몇 개 더 있었던 것 같은데

' 간장 공장 공장장 딋집은 된장 공장 공장장 집이고 어쩌고...'

 

 

 

 

 

 

 

1970. 충북 옥천

        등단:  2004. 창비 신인 시인상

        시집 : ' 자라는 돌' 2011. 창비

                ' 거기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2018. 걷는 사람

 

         2019. 천상병 시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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