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털어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이원하

생게사부르 2020. 8. 6. 09:04

털어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이원하

 

 

오늘은

바다가 바다로만 보이지 않네요

살면서 없던 일이에요

 

견뎌야 하는 것들을 한편에 몰아두고

우연만 기다려요

살면서 없던 성격이에요

 

사흘 전부터

운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참새가 나무줄기에 앉을 때

제비가 낮게 날다가 꽃에 스칠 때

백로가 작은 돌에 안착할 때

이 흔한 사건들이 매번 운이라면,

 

왜 살면서 운을 못 믿었을까요

알처럼 생겨서 그랬을까요

 

알에 금이 가듯

운에도 금이 간다면

 

땀을 닦던 손이 차가워질 테고 이것은

 

운을 넘어선 행운이니 이 틈을 타

손에 앉은 서리를 녹이기 위해

어딘가를 툭 건드릴 텐데

 

건드리면

들킨 마음에 맛과 냄새가 있을까요

 

 

*     *     *

 

 

' 견뎌야 하는 것들을 한 편에 몰아두고

우연만 기다려요

.

.

왜 살면서 운을 못 믿었을까요

 

인생이 자신의 노력과 의지대로 살아진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더 많이는 운이나 우연에 의해서 굴러 간다는 것

 

하긴 애초 출생이 자신 의지와는 상관이 없고비용이 고가라는 이유로 임신중절을 강권하던 시대에는

그렇게 계약을 해서 태어나는 생년월일과 출생시간이 운명이라면 운명

 

한때 번성하던 ' 산부인과' 가 최근에는 쇠락해서 성형외과 택도 못 되는 수준이 되기도 하고

 

' 정신과 의사'는 자기가 치료하던 환자에 의해 삶을 마감하기도 하고

.

.

난생 ' 코로나' 라는게 생겨나서

일상에 제약을 받으며 마스크가 필수품이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시작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 우연이 필연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

 

살면서 없던 일이 생기면

살면서 없던 성격도... 어쩌겠는가

생존해 남으려면 바뀌기도 해야하는 걸...

 

시인보다 두 세배 더 살아 온 사람도 그러하니

' 운에 금이 가더라도' 일찍부터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이라도 터득

하는 건 현실이고

 

' 들킨 마음에 맛과 냄새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