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반점暴雨飯店 / 조우연
주문한 비 한 대접이 문 밖에 도착
식기 전에 먹어야 제 맛
수직의 수타 면발
자작 고인 국물
허기진 가슴을 채우기에 이만한 요긴 다시 없을 듯
빗발
끊임없이 쏟아져 뜨거움으로 고이는 이 한끼
단언컨대,
죽지 말라고 비가 퍼 붓는다
자, 대들어라
피골이 상접한 갈비뼈 두 가락을 빼들고!
* * *
장마, 폭우, 습한 기분...
코로나로 인해 의기소침한데다 여름 장마로 기분이 더 가라 앉을수록 몸이 움직여야 할 듯
대처해야 할 적이 눈앞에 있을 땐 오히려 자살률이 줄어든다고
문제는 그 이후라는데
조울증이나 우울증도 그렇다
감정의 최저에 있을 땐 기분따라 몸도 무기력해서 행동으로 잘 옮기지 않지만
상담공부 하다보면 최저에서 막 벗어 날 때를 조심해야한다는 그런 말이 있다
운동하러 가면서 보니
요 며칠 장마에 하천 물이 많이 불어 있었다
평소 도시하천은 생활폐수로 지저분하기 마련인데
하천이 무척 깨끗해졌고 속 시원히 물이 흘러가서 속이 확 튀는 기분이 괜찮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활동의 위축, 특히 자영업자들 중에는 힘든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20-30대 취업이 안 되는 젊은 층들
맑으면 우산장수 큰 아들 걱정, 비오면 얼음파는 작은아들 걱정 하는게 부모마음이라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맑은 날 작은 아들 얼음 많이 팔려 좋아, 비 오면 우산 많이 팔려 좋다고
맑으면 맑아서 좋고, 비가 오면 또 비가 오는대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정신건강에
유익한데
자라는 과정에서 ' 미해결 과제'를 풀어내지 못한 채 어디엔가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시인은
' 단언컨대, 죽지 말라고...'
길을 가다가 보니 어느 교회에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교회마저 생존의 경쟁에서 치열한 모양이라는 생각과 함께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인지, 살아 남은 자가 강한 것인지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구분도 어렵거니와 구분할 필요도 없지만...
' 강한자가 살아 남는다' 는 말에는 살아 남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아도 좋다는
혹은 내가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졌다면
' 공부해서 남 주나' 하는 사회적 구호처럼 이기적으로 경쟁하도록 부추기던 한국 사회의
병리적인 한 면모를 보는 것 같아서 씁쓸했는데 그렇게 내 몰리듯 살아 온 세대
목적을 위해 불법적이거나, 편법적인 수단도 정당화시키며 살아 온 사람들 행렬에 끼여 살았던
세상은 그렇더라도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양심과 도덕을 지키며 살았더니 패배자 같다고 느끼던
신념이 뭐였든, 세대가 어디에 끼이든... ' 사는 맛에 신명이 나지 않는 시대?
김유철 샘 버전으로 하면 ' 그렇다. 그러하다' 인데
젊은이들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시인은 ' 자, 대들어라! 피골이 상접한 갈비뼈 두 가락으로'
전사처럼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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