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1052

백석 산山비, 이시영 귀가, 복효근 따뜻한 외면

짧은 시 세 편 산山 비/ 백석 산山 뽕닢에 빗방울이 친다 멧비둘기가 난다 나무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 켠을 본다 귀가/ 이시영 누군가의 구둣발이 지렁이 한 마리를 밟고 지나갔다 그 발은 뚜벅뚜벅 걸어가 그들만의 단란한 식탁에서 환히 웃고 있으리라 지렁이 한 마리가 포도에서 으깨어진 머리를 들어 간신히 집쪽을 바라보는 동안 따뜻한 외면 / 복효근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 나뭇잎 뒤에 매달려 비를 긋는 나비를 작은 나뭇잎으로만 여기고 나비 쪽을 외면하는 늦은 오후 * * * 소품 같은 짧은 시도 얼마든지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됩니다. 갑자기 들이치는 비에 반응하는 멧비둘기와 자벌레를 스냅사진 찍듯 순간적으로 포착하면서 자연풍경을 간결하게 표현해 낸 속에 먹이 사슬에 의해 살고 죽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