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민왕기 시인의 멱살

생게사부르 2018. 8. 31. 15:29

민왕기


시인의 멱살



거만의 멱살을 잡으려다 그만
시인의 멱살을 잡고 말았다

시원하게 생긴 얼굴, 이미 용서가 들어있어
단추가 떨어지고 옷이 찢긴 후
시인의 옆에 앉아서 울었다

그 밤의 일은 시의 멱살을 잡아보려 던 일
화를 내고 나서야 그만 울음의 멱살을 잡힌 것처럼 외로
웠다

시인의 멱살은 왜 그리 푸르고 다정한가

그 일은 당신을 거칠게도 좋아 했던 일, 시를 속이고 싶었
던 일

당신의 멱살을 잡으려다 그만
내 멱살을 잡고 말았다
그 밤은 시인의 옆에 앉아 울어 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