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정
울음이라는 현
혼자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의 등을 본다 연기로 뿌예진
등 안쪽에는 그가 써먹지 않는
울음이라는 현이 떨고 있을까
혼자 담배를 피우며 허공을 볼 때마다
가장 낮은 음으로 침묵처럼 떨고 있을
그의 울음이라는 현,
요즘은 소리내어 펑펑 울 곳도 없지? 말하면
노래방에 갈래? 웃는다
목이 쉬도록 부르는 그의 노래는
울지 않는 울음,
울부짖는 자신을 크게 외칠 곳도 없어
소리 내어 꺼이꺼이 울 곳도 없어
내 현을 떨면서 그의 목을 안고 등을 안으면
등만 보여주며 살았던 삶에게 미안해지고
따뜻하구나 내 무게를 다 안아주는
그의 다리는 늘 후들거렸을 것인데
낮은 숨소리와 안주도 없이 혼자 마신
가벼운 술 냄새와 끝없이 끝을 보고 앉아
등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울 줄 모르는
울음이라는 현이 떨고 있는 등의 안쪽,
하동 평사리 부부송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도현 닭개장 (0) | 2018.08.30 |
---|---|
백석 산山비, 이시영 귀가, 복효근 따뜻한 외면 (0) | 2018.08.28 |
백석 통영 (0) | 2018.08.26 |
이어진 식탁 위의 풀밭 (0) | 2018.08.24 |
강미정 모든 꽃은 흔들리며 뿌리로 간다 (0) | 2018.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