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닭개장

닭개장


안도현

아버지는 우물가에서 닭모가지를 비틀고 어머니는 펄
펄 끓는 물을 끼얹어 닭의 털을 뽑았습니다.
장독대 옆 참나리가 목을 빼고 닭볏 같은 꽃을 들이밀
고 바라보던 여름이었습니다
나리꽃 꽃잎에 버둥대던 닭의 피가 몇방울 튀어 묻은
듯 아린 점들이 여럿 박혀 있었습니다
부엌은 가난처럼 더웠으므로 마당에다 삼발이 양은 솥을
걸고 닭을 삶아야 했습니다
닭이 익는 동안 어머니는 하루도 더 전에 물에 데쳐 삶
아 찬물에 담가두었던 무시래기며 배추시래기를 건져 총
총 썰었습니다
물에 불려 오동통해진 토란대와 고사리는 골무 크기
정도로 썰었습니다.
어린 숙주나물을 씻어 채반에 받쳐놓고 텃밭에서 뽑아
온 굵은 대파를 큼지막하게 썰었습니다
더 뜨거워질 수 없을 때까지 장작을 지피다가 닭고기
냄새가 코끝을 파고 들면 싸리버섯처럼 노란 기름이
동동 뜬 솥 안에서 닭을 건져냈습니다
쟁반 위에 혼자 웅크린 닭은 뜨거운 김을 서럽게 무럭
무럭 피워 올렸습니다
어머니는 대접에 떠다놓은 물에 손가락을 몇번이나 담
갔다 뺐다 하면서 정말 잘게, 명주실처럼 가늘게도 닭의
살을 찢었습니다
능숙한 어머니의 손 때문에 저녁이 빨리 찾아왔습니다
무시래기와 배추시래기 토란대와 고사리와 숙주나
물과 대파와 그리고 잘게 찢은 닭고기 위에 조선간장과
고춧가루와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갖은 양념을 한 뒤에
어머니는 거기에다 술술 주문 외듯 밀가루를 뿌리고는
골고루 버무렸습니다
그 버무림 속에 또 무엇이 더 들어가고 무엇을 덜어냈
는지 그때 나는 참으로 궁금하였습니다
살과 뼈가 우러나올 대로 우러나온 희뿌연 국물에다
손으로 버무린 것들을 넣고 센 불로 양은 솥 안의 모든것
을 한통속이 될때까지 끓였습니다
그리하여 닭개장은 비로소 밥상 앞에 앉은 식구들 앞

에 둥그렇게 한 그릇 씩 놓이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붉은 노을을 국자로 퍼다 먹는 듯하던 닭개장

걸쭉하고 화끈거리는 그 국물에 밥을 척척 말아 먹고

서늘한 땀을 흘려야 여름이 서너 발짝쯤은 물러날 것

같았습니다

그 이튿 날 졸아든 국물이 좀 짜다 싶으면 물 두어 사발

더 붓고 끓여 먹었습니다

나는 찬밥에 말아먹는게 훨씬 좋아서 어머니한테 없

는 찬밥을 찾았습니다

 

 

 

*      *      *

 

 

여름보양식으로 가족들을 위해 어머님이 끓여 내는 닭개장- 음식에 관한 시입니다

제대로 닭개장 끓이는 법을 모르는 사람도 이 시를 레시피 삼아 닭개장을 끓일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그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 되어 있네요

 

 

물론 시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몸에 좋아도 여름에 땀을 뻘뻘흘리며 덥고 매운 음식을 먹는게 싫어서

물에 말아먹을 찬밥을 찾았다고 고백하고 있긴합니다만 참으로 관찰력이 좋고 세심하다는 점 인정 해

드려야 할것 같아요

 

물론 요즘이야 다 잡아서 손질 해 놓은 닭을 사 오면 그뿐입니다만...

그 시절에는 온 집안을 활개치고 다니면서 텃밭의 지렁이나 벌레를 잡아먹던 닭을 붙잡는 일 부터

위 시에서 처럼 물을 끓여 놓고 닭 모가지를 비틀고 닭 털을 뽑고... 훨씬 더 번거롭고 일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귀한 객이 오거나 ' 사위 사랑은 장모' 라고 시집 간 딸과 사위가 오면 닭을 잡아 대접하곤 했지요

 

백숙이나 삼계탕 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닭개장임에도 ' 능숙한 어머니의 손놀림'은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가족들 보양 시킬 일념으로 ... 전날 물에 데쳐 찬물에 담가 둔 무나 배추시래기며 토란대

고사리 숙주를 총총 썰고...

뜨거운 고기를 잘게 찢으며 찬물에 손을 담갔다 뺐다... 

잘게 찢은 고기와 야채 양념을 ' 한통속'이 되도록 끓여 내서 식구들 둘러 앉은 밥상에 한 그릇씩

떠다 놓으면 화끈하고 걸쭉한 닭개장을 먹는 건강한 가족들

'  장독대 옆 참나리가 목을 빼고 닭볏 같은 꽃을 들이밀고 바라보던 여름' 에
' 나리꽃 꽃잎에 버둥대던 닭의 피가 몇방울 튀어 묻은 듯 아린 점들이 여럿 박혀 있'는...광경

 

우리집은 닭개장 보다 추어탕을 자주 먹은 것 같습니다만...

글쎄요. 시 한편 쓸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