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물을 준다 이선자
돌에 물을 준다/ 이선자 돌에 물을 준다 멈춘 것도 같고 늙어가는 것도 같은 이 조용한 목마름에 물을 준다 이끼 품은 흙 한덩이 옆으로 옮겨 온 너를 볼 때마다 너를 발견했던 물새우 투명한 그 강가의 밤 이슬을 생각하며 내가 먼저 목말라 너에게 물을 준다 나를 건드리고 지나가는 것들을 향해 손을 내 밀수도 없었고 뒤돌아 볼수도 없었다. 나는 무거웠고 바람은 또 쉽게 지나갔다 움직일 수 없는 내게 바람은 어둠과 빛을 끌어 주었다 때로 등을 태워 검어지기도 했고 목이 말라 창백해지기도 했다 아무하고도 말을 할 수 없을 때, 긴 꼬챙이 같은 가슴을 뚫고 오는 빗줄기를 먹고 살았다 아픔은, 더더구나 외로움 같은 건 나를 지나는 사람들 이야기로만 쓰여졌다 나는 몸을 문질렀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숨소리도 없이 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