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환절기
환절기 / 박준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 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 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바퀴나 돌다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 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 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 는그 축농(蓄膿)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어보았다 * * * 문정희 시인은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면서도 ' 무더운 여름 일찍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