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 파블로 네루다
하루가 지나면 우린 만날 것이다.
그러나 하루동안 사물들은 자라고,
거리에선 포도가 팔리며,
토마토 껍질이 변한다.
또 네가 좋아하던 소녀는
다시는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갑자기 우체부를
바꿔버렸다.
이제 편지는 예전의 그 편지가
아니다.
몇 개의 황금빛 잎사귀, 다른 나무다.
이 나무는 이제 넉넉한 나무다.
옛 껍질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대지가
그토록 변한다고 누가 우리에게
말해주랴?
대지는 어제보다 더 많은 화산을
가졌고
하늘은 새로운 구름들을 가지고 있다.
또 강물은 어제와 다르게 흐른다.
또, 얼마나 많은 다른 것들이 건설되는가!
나는 도로와 건물들,
배나 바이얼린처럼
맑고 긴 교량의
낙성식에 수없이 참석했다.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인사룰 하고
화사한 네 입에 입맞출 때
우리의 입맞춤은 또 다른 입맞춤이요
우리의 입은 또 다른 입이다.
사랑이여, 건배하자, 추락하는 모든
것과
꽃피는 모든 것들을 위해
건배,
어제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위해
건배,
그저께를 위해 그리고 내일을 위해
건배,
빵과 돌을 위해 건배,
불꽃과 비를 위해 건배.
변하고,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되었다가 다시 입맞춤이 되는
것들을 위해.
우리가 숨쉬고 있다는 것과
이 땅에 살고 있음에 대해 건배.
우리의 삶이 사위어가면
그땐 우리에게 뿌리만 남고
바람은 증오처럼 차겠지.
그땐 우리 껍데기를 ,
손톱을, 피를, 눈길을 바꾸자꾸나.
네가 내게 입 맞추면 난 밖으로 나가
거리에서 빛을 팔리라.
밤과 낮을 위해
그리고 영혼의 사계절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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