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조선의
첫눈/조선의 통절한 믿음 하나 있다 기다리면 기어이 이룬다는, 내일에 거는 약속 같은 거 폴폴, 생각에 잠긴다 살면서 마구 흩어버린 것들과 겨루었던 것들 그대, 꿈속이듯 오랫동안 당신이 그 기쁨이었으면 바랬을 때 먹으로 글씨를 써도 첫눈은 하얗고 근심으로 삶을 받들어도 흰 눈의 평화처럼, 귀한 이름이여 눈 오는 날 외톨이로 섧지 않으랴 사랑도 미움도 외로움도 사람에게서 나오는 이치이거늘 차가운 피를 혼자서는 껴안지 못하고 기도 위에 무릎 꿇으니 영원한 것만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삶이 그러하거니 하얀 눈 밟고 되돌아올 수 없거든 누구에게나 사랑을 보태게 하라 빙화(氷花)의 목숨 안에 결벽을 쌓을지라도, 그대여 아직 내가 못다 지은 죄로 병이 깊어지고 차례로 섬기듯 첫눈을 바라노니 참, 단순한 슬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