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1052

이규리 그 비린내

그 비린내/ 이규리 먹다 만 고등어 다시 데울 때 지독하게 비린내가 난다 두번의 화형을 불만하는 고등어의 언어다 이렇듯 한번 다녀갈 땐 몰랐던 속내를 반복하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간 생선 먹는 일같이 마음 떠난 사람과의 입맞춤이 그렇다 요행을 바라는 마음 없지 않지만 커피잔에 남아 있는 누군가의 립스틱 자국처럼 낯선 틈이 하나 끼어든다 아깝다고 먹었던건 결국 비린내였나 등푸른 환상이었나 재워 줄 뜻이 없으면 어디서 자느냐고 묻지 말라 했다 갑남을녀들 서로 속는척, 속아주는 척 먹다 만 고등어, 먹다 만 너, 사향냄새는 생리 주기도 당긴다는 데 벼리면서 단단해진다는데 그런데, 두번씩 달구어 비리디 비린 마음아 넌?

조민 비토두부

비토두부 / 조민 너를 생각하면 검은게 제일 맛있어 두부는 콩이 사라지는 지점에서 굳어지지 그것은 두부의 결단 두부를 먹으면 죄가 지워진다 두부를 먹으면 죄가 사라진다 두부를 굳히는 심정은 네모나 있다 두부를 자르는 손등은 두부처럼 퉁퉁 불어터져 있다 새벽마다 나무토막으로 딱.딱.딱.딱. 천국에 갑시다 천국에 갑시다 천국문을 두드리는 모자 쓴 여자는 하루세끼 두부만 먹을까 하루 세 번 천국에 가는 걸까 우리를 씻은 두부들 우리의 죄를 먹은 두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뜨물처럼 희뿌연 새벽이면 콩알만한 사람들이 두부 속에서 나왔다가 두부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