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손택수 대꽃

생게사부르 2017. 10. 26. 00:55

대꽃 / 손택수



꽃을
참는다

다들 피우고 싶어 안달인 꽃을
아무 때나 팔아먹지 않는다

참고 있는 꽃이 꽃을 더 예민하게 한다면
피골이 상접한 저 금욕을 이해하리라

필생의 묵언정진 끝에 임종게 하나만 달랑 남긴 채
서서 입적에 드는 선승처럼 깡마른 대나무들

꽃이피면 죽는 게 아니라
죽음까지가 꽃이다

억누른 꽃이 숲을 들어 올리고 있다
생의 끝 간 데까지 뻗어 올린 마디 위에서 팡 터져 나오는
대꽃 



             -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2014.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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