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꽃 / 손택수
꽃을
참는다
다들 피우고 싶어 안달인 꽃을
아무 때나 팔아먹지 않는다
참고 있는 꽃이 꽃을 더 예민하게 한다면
피골이 상접한 저 금욕을 이해하리라
필생의 묵언정진 끝에 임종게 하나만 달랑 남긴 채
서서 입적에 드는 선승처럼 깡마른 대나무들
꽃이피면 죽는 게 아니라
죽음까지가 꽃이다
억누른 꽃이 숲을 들어 올리고 있다
생의 끝 간 데까지 뻗어 올린 마디 위에서 팡 터져 나오는
대꽃
-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2014.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