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규리 그 비린내

생게사부르 2017. 11. 1. 01:02

그 비린내/ 이규리


먹다 만 고등어 다시 데울 때
지독하게 비린내가 난다
두번의 화형을 불만하는 고등어의 언어다
이렇듯 한번 다녀갈 땐 몰랐던 속내를
반복하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간 생선 먹는 일같이
마음 떠난 사람과의 입맞춤이 그렇다
요행을 바라는 마음 없지 않지만
커피잔에 남아 있는 누군가의 립스틱 자국처럼
낯선 틈이 하나 끼어든다

아깝다고 먹었던건 결국 비린내였나
등푸른 환상이었나
재워 줄 뜻이 없으면
어디서 자느냐고 묻지 말라 했다
갑남을녀들
서로 속는척, 속아주는 척

먹다 만 고등어,
먹다 만 너,
사향냄새는 생리 주기도 당긴다는 데
벼리면서 단단해진다는데
그런데, 두번씩 달구어 비리디 비린
마음아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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