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두부 / 조민
너를 생각하면 검은게
제일 맛있어
두부는 콩이 사라지는 지점에서
굳어지지
그것은 두부의 결단
두부를 먹으면 죄가 지워진다
두부를 먹으면 죄가 사라진다
두부를 굳히는 심정은 네모나 있다
두부를 자르는 손등은 두부처럼 퉁퉁 불어터져 있다
새벽마다 나무토막으로
딱.딱.딱.딱. 천국에 갑시다 천국에 갑시다
천국문을 두드리는
모자 쓴 여자는
하루세끼 두부만 먹을까
하루 세 번 천국에 가는 걸까
우리를 씻은 두부들
우리의 죄를 먹은 두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뜨물처럼 희뿌연 새벽이면
콩알만한 사람들이
두부 속에서 나왔다가 두부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