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조랑말 속달 우편/ 곽문영

생게사부르 2019. 3. 6. 12:47

조랑말 속달 우편/ 곽문영

                                                   매일 죽음도 불사하는 숙련된 기수여야 함
                                                      고아 환영 *


조랑말 속달 우편


달리던 기수의 뺨에 벌레가 앉았다 그것을 만지자 힘없이 부서졌다 바람에 죽기도 하는구나 야생 선인장이
많은 고장을 지나고 있었다 식물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도 알지 못했다 매일 잠들기 전 기수
는 그날 만난 바람을 필사했다 그것은 잘 썼다고도 못 썼다고도 말할 수 없는 일기였다 달리는 기수와 조랑
말의 모양만큼 매일 바람이 일그러졌다 사무소를 출발한 기수는 열흘 이내에 동부의 모든 마을에 나타났다
기수는 작고 왜소해서 말에서 내리면 가장 먼 곳으로 심부름을 떠나 온 아이 같았다 기수는 가끔 다른 지역
의 기수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다 쓴 편지를 자신의 가방에 넣고 스스로 배달하기도 했다 기수는 늘 휴대
용 성경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이야기였다 한 사람이 태어난 이야기였다 기수는 매
일 잠들기 전 누워 사무소에서 배운대로 성호를 그었다 가슴위로 그의 작은 손짓이 만든 바람이 잠깐 불다
사라졌다


* 조랑말 속달 우편(1860-61) 기수 모집 공고

 

 

                                                      -  2018. 18회 창비 신인상 시 부분



 

 

 

 

 

*       *       *

 

 

 

    * 조랑말 속달 우편(1860-61) 기수 모집 공고에서

        

    우선 연대가 눈에 들어오고 두번째 고아환영이라는 문구에 눈이 갑니다

    위 연대는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일어나는 시기인데요

    

     늘씬하게 잘 달리는 말도 아니고

조랑말 속달 우편 배달부는 그야말로 죽음도 불사해야 할 것 같아요

 

 

요즘처럼 취업이 안되는 시기에 ' 환영' 이나 ' 우선' 같은 조건 문구가 들어가면

반가워야 할 텐데 열악한 생존 조건에 놓인

한마디로 하루살이처럼 살다가 죽어도 홀홀단신 홀가분한 고아를 환영한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북파간첩이나 특수부대에 고아나 사형수같은 사람을 우선

선발한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실미도'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 일반국민들은 그들의 존재자체를 몰랐지만요.

 

TV드라마를 잘 보지 않습니다

모임 자리에 가면 ' 선 샤인' 이나 ' 스카이 캐슬' 같은 드라나 얘기를 들으면 그냥 듣고 있습니다.

영화도 자주 보러 가는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암살'  ' 항거' ' 말모이' 같은 근대 일제강점기 영화들이 만들어졌다는 소식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역사를 정사로 배우면 시청률이나 흥행을 위한 허구적 인물이나 사건이 가지를 치기 마련이어서

'역사 왜곡' 이니 하고 논란이 일때가 많지요

저 개인으로는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로 그렇구나 하고 볼 수는 있겠고

일반 대중은 그런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는 있고요.

 

 ' 스카이 캐슬' 같은 교육 드라마 교육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가져오거나

개인의 각성을 가져 올 수 있긴한데

그럼에도 역시 잘 봐지지 않는 건 30년 이상을 실제 교육현장에서 근무 했기에

가상의 드라마는 충분히 럴 수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실제현실과는 다르기에 일반인들만큼

공감하면서 빠져들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연성이 떨어지면 좀 짜증도 나고...

 

여행프로그램은 ' 여행' 이니까, 아니면 제가 잘 모르는 분야

이를테면 '요리' ' 살림사는 지혜' 같은 정보가 제게는 더 흥미를 끈다는 사실입니다.

 

평생 살림을 살아서 그런 분야 고수가 된 주부는 이렇게 말 할지도 모르겠네요.

' 그게 뭐 흥미롭다고... 평생해 와서 이제 지겹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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