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동심同心/ 문성해

생게사부르 2019. 3. 3. 01:13

동심同心/ 문성해


아직 꽃대도 내밀지 않은
목련 나무 아래였습니다

아이를 업고
꽃보다 먼저 핀 내마음이
환하게 내달아
가지마다 거짓부렁 꽃을 매달게 했는데요

등에서 칭얼대는 소리에
목련이다, 목련,
어르니
신기하게도 아이가
곶감 먹은 듯 잠잠한데요

곰곰이 나무를 올려다보니
가지들도
혹부리 같은 꽃대 하나씩을
들쳐업었는데요

한 가지 재주하기 전
꼭 아픈 우리 아이처럼
보송보송한 포대기에 싸인 고것들
꽃 피려고 호되게 앓는 중인데요

내 꺼칠한 나무등걸 같은 등을 베고
이쁜 꽃 망울 닮은 아이 하나
칭얼대구요

제 아이인줄 알고
화들짝 깬 나뭇가지들
알았다, 알았다고,
굽어진 등을 흔들어줍니다


 

 

 

*          *           *

 

 

아이 키워 본 엄마라야 쓸 수 있는 시 같네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은 목 가누기, 엎치기, 앉기 같은 단계를 거칠 때마다 호되게 몸살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갓 앉기 시작한 아이들이 뒤로 훌러덩 훌러덩 넘어져서 익숙하게 앉기 전까지 뒤에 방석을 받쳐 놓고는 하지요

 

우리 아이들 키울때... 가짜 젖꼭지 없으면 잠 못 들어서 챙겨다니느라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고

할머니 집이랑 왔다갔다 하는라 잠자리 바뀌면 잠들기까지 애를 먹었던 기억납니다

 

한번은 늦은 시간에 잠을 안 자고 울어서(칭얼대는 정도가 아니라) 이웃 사람들 잠 방해할까 싶어

업고 학교 운동장 가서 잠들 때까지 돌아다녔던 기억도 나는데

이제 큰애였던지 작은애였던지도 아슴아슴합니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길러봐야 부모맘을 반분이라도 안다고 했는데

비혼, 미혼이 증가하는 세태라 부모 맘조차 온전히 이해 못하고 중년이 되어가는 현실

 

가족 안, 집단 안에서 자연스럽게 익혀가던 인간의 성장과정을 학문적 지식으로 인터넷의 정보로

책, 영화 같은 간접적인 노력, 집단에서의 시행착오적인 행동 끝에 얻는 나름의 통찰이 없이는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하기가 어려울 듯 합니다. 

 

사람이나 나무나 같은 마음이겠지요.

 

' 제 아이인줄 알고 화들짝 깬 나뭇가지들'이 굽어진 등을 흔드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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