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삼월의 나무 박준

생게사부르 2019. 3. 10. 15:00

삼월의 나무/ 박준


불을 피우기
미안한 저녁이
삼월에는 있다

겨울 무를 꺼내
그릇 하나에는
어슷하게 썰어 담고

다른 그릇에는
채를 썰어
고춧가루와 식초를 조금 뿌렸다

밥상에는
다른 반찬인 양
올릴 것이다

내가 아직 세상을
좋아하는 데에는

우리의 끝이 언제나
한 그루의 나무와
함께한다는 것에 있다

밀어도 열리고
당겨도 열리는 문이
늘 반갑다

저녁밥을 남겨
새벽으로 보낸다

멀리 자라고 있을
나의 나무에게도
살가운 마음을 보낸다

한결같이 연하고 수수한 나무에게
삼월도 따뜻한 기운을 전해 주었으면 한다

 

 

 

 

 

 

* 시 한편은 시로 보이는데

시집 한권을 읽으면 한 시인이 보인다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쉽게 읽히는데

신춘문예나 신인 문학상 수상작들은 하나 같이 어려워서...

시를 쓸 수 있는 역랑을 시험하는 절차

시인이라는 월계관을 받기 위한 통과의례라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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