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벽제화원/ 박소란

생게사부르 2019. 7. 24. 20:35

 

벽제화원/ 박소란


 

죽어 가는 꽃 곁에
살아요

긴긴 낮
그늘 속에 못 박혀

어떤 혼자를 연습하듯이

아무도 예쁘다 말하지 못해요
최선을 다해
병들테니까 꽃은

사람을 묻은 사람처럼
사람을 묻고도 미처 울지 못한 사람처럼

쉼 없이 공중을 휘도는 나비 한마리
그 주린 입에
상한 씨앗 같은 모이나 던져주어요

죽은 자를 위하여

나는 살아요 나를 죽이고
또 시간을 죽여요

 

 

*        *       *

 

 

황병승 시인이 사망했습니다. 죽은지 보름이 넘어 발견 되었고요.

이제 49의 젊은 나이에... 고독사라니...

 

오늘 연극인 이윤택은 7년 형을 받았다는 기사도 봅니다

 

시인이나 예술인이기 전에 ' 민주사회의 한 시민으로' 인간 보편의 ' 인권 의식' ' 인격' 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그런 논란을 불러 온 개인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겠지만

' 그런 풍토' ' 불합리한 사회적 관행' 이 성행했던 시대를 살아 왔다는 것

참으로 자괴감 느끼게 만드는 현실입니다 

 

시인은 ' 시'로 말하고 ' 시'로 생계를 유지히고 사회적 관계를 갖기 마련인데

혹 본인의 책임 이상으로 가혹한 댓가를 치룬 것은 아닌지

한 천재 시인이 병리적인 한국사회에서 희생양이 된 건 아닌지... 두렵네요

 

비슷한 일을 겪고, 힘든 싸움을 거치고 사회적 법적으로 ' 무혐의' 로 다시 재기하기 시작하는 박진성 시인의

다음 말들...

 

 

" 황 시인의 죽음이 알려지자 박진성 시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병승 형.. 불과 몇달 전에도 연락을 했었는데.

  문단이라는 이상한 집단이 죽인 '사회적 타살'입니다.

  황병승 시인은 2016년 10월, 몇몇 부고한 사람들에 의해 성범죄자로 낙인 찍힌 후 황폐하게,

  혼자 고독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했습니다.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자 무고의 희생자입니다.

  문단이라는 거대 이해 집단이 황병승 시인을 죽인 '공범들'입니다"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2016년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그해 11월 서울예대 캠퍼스에 붙은 대자보에 황 시인이 서울예대 강사 시절 제자들에게 접근해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폭로글이 담겨 있었던 것.

황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저로 인해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숙하겠다"고 사과했다.

황병승 시인은 2003년 '파라21'을 통해 등단한 뒤 '트랙과 들판의 별', '여장남자 시코쿠',

 '육체쇼와 전집' 등 시집을 남겼고, 제13회 미당문학상과 제11회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황 시인은 2000년대 한국문단에서 미래파 담론의 붐을 일으킨 주역으로 꼽힌다.

 

 

 

 

    

 

 

클림트: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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