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부재,서풍부 김동리-세월
부재(不在) /김춘수 어쩌타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맨드라미,나팔 꽃, 봉숭아 같은 것 철마다 피곤 소리없이 져 버렸다 차운 한 겨울에도 외롭게 햇살은 청석(靑石) 섬돌 위에서 낮잠을 졸다 갔다 할일없이 세월은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 세월 / 김동리 세월 가는 것 아까워 아무일도 못한다, 그것은 여행을 떠나기에도, 또는 사랑을 하기에도 아깝다 책을 읽거나 말을 건네기에도 아깝다 전화를 받거나 손님을 맞기에는 더욱 아깝다 아까워 세월은 아무것에도 쓸 수 없다 흘러가는 모든 순간을 앉아서 똑 바로 지켜나 볼수 밖에 서풍부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 꽃인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