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사랑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 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년을 두고 오는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 녹두장군을 추모하며
한 시대의
불행한 아들로 태어나
고독과 공포에 결코 굴하지 않았던 사람!
암울한 시대 한 가운데
말뚝처럼 횃불처럼 우뚝 서서
한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한 몸으로 껴안고
피투성이로 싸웠던 사람!
뒤따라오는 세대를 위하여
승리 없는 투쟁
어떤 불행도 어떤 고통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격정적으로 노래하고 싸우고
한 시대와 더불어 사라지는데
기꺼이 동의했던 사람!
보아다오, 이 사람을!
거만하게 깎아 세운
그의 콧날이며 상투머리는 죽어서도 풀지 못할 원한, 원한!
압제의 하늘을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죽어서도 감을 수 없는
저 부라린 눈동자, 눈동자는 불타는 도화선이 되어
아직도 어둠을 되쏘아 보며
죽음에 항거하고 있지 않은가!
보아 다오 보아다오
이 사람을 보아다오
이 민중의 지도자는
학정과 가렴주구에 시달린
만백성을 일으켜 세워
대지의 힘찬 목소리가 되게 하였다
그들 만 백성들은
이 위대한 혁명가의 가르침으로
미처 알지 못한 사람들과
형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새 세상을 겨냥한 동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이
아직까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자유를 알았을 뿐만 아니라
적과 동지를 분간하여
농민의 민중의 해방을 위하여
전투에 가담할 줄 알게 되었으니
보아 다오 보아다오
새로 태어난 이 민중을!
이 민중의 강인한 투지를!
굶주림과 추위와
투쟁 속에서 더욱 튼튼하게 단결된
이 용감한 조직을 보아다오
그리고 다시
우리 모두 이 사람을 보아다오!
오늘도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시고
영구히 살아 계실 이 사람을!
녹두 전봉준 장군을 보아다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공주 우금치 동학혁명군 위령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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