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앉아서 오줌누는 남자, 이규리 서서 오줌누고 싶다 유홍준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내 친구 재운이 마누라 정문순 씨가 낀 여성문화 동인 살 류쥬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동국 대학교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어이 쿠, 했다 나도 앉아서 오줌 눈지 벌써 몇 년, 제발 변기 밖 으로 소변 좀 떨구지 말.. 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2017.07.06
김해준 상처 김해준 상처 옥탑은 섬이다. 주민들은 난간을 경계로 마주한다. 달은 집열등이 되어 고향이 그리운 사람의 눈을 빼앗고 이사 온 중국인 부부는 체위를 바꿔 가며 그림자극을 한다 곪은 달이 빠져 나왔다 모낭을 찢고 완숙이 된 염증 주위로 구름 이 멍들었다 대기가 천천히 말라 벼락을 뿌.. 시로 여는 일상 2017.07.06
원무현 해바라기 원무현 해바라기 아버지 뽕밭에 묻어야 했던 날 나와 어린 동생은 장맛비 속에 하염없이 고개를 꺾었지요 바람 앞에 촛불처럼 겨우 붙어 있던 목 추스르신 어머니 아픈 목을 쓸어안으며 팍팍한 세상 잘 떠났지 뭐 죽은 사람은 죽은 것이고 산사람은 살아야지 팽! 코를 푸실 때 쪼개진 구름.. 시로 여는 일상 2017.07.05
박성우 바닥 박성우 바닥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 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 시로 여는 일상 2017.07.04
최금진 원룸생활자 최금진 원룸 생활자 국화 한 뿌리 심을데 없는 가상의 땅에 전입신고를 하고 라면을 끓여 먹다가 쫄깃쫄깃한 혓바닥을 씹는다 파트타임 일용직, 조각난 채 주어진 어느 휴일 아침엔 거울을 보며 낯선 서울 말씨를 연습한다 화분에 심은 쪽파는 독이 올라 눈이 맵고 빛이 안드는 창문엔 억.. 시로 여는 일상 2017.07.03
짐승에게도 욕을 유홍준 짐승에게도 욕을 짐승에게도 욕을 한다 짐승에게도 욕을 바가지로 퍼붓는다 어머니는 혀가 빠질 놈의 짐승이고, 잡아먹을 놈의 짐승이고, 때려 죽일 놈의 짐승이다 어머니는 그렇게 욕을 바가지로 퍼 붓고 가축들에게 사료 를 준다 바가지로 탁 대가리를 때리고 바가지로 탁 등골.. 시로 여는 일상 2017.07.02
유홍준 그리운 쇠스랑, 공광규 소주병 그리운 쇠스랑/ 유홍준 화가 난 아버지가 쇠스랑을 들고 어머니를 쫒아갔다 화 가 난 눈썹이 보기 좋았다 1975년이었다 입동(入冬)이었다 내 그리운 쇠스랑........ 마당 저쪽 두엄더미에는 허연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 저녁의 슬하, 2011. 창비 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 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2017.07.01
정화진 장마는 아이들을 눈 뜨게하고 정화진 장마는 아이들을 눈 뜨게하고 쉼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장독마다 물이 가득차 있고 아이들이 물에 잠겨 있지 뭐예요 아가씨, 이상한 꿈이죠 아이들은 창가에서 눈 뜨고 냇물을 끌고 꼬리를 흔들며 마당가 치자나무 아래로 납줄갱이 세 마리가 헤엄쳐 온다 납줄갱이 등 지느러미에 결 고은 선이 파르르 떨림다 아이들의 속눈썹이 하늘대며 물위에 뜨고 아이들이 독을 가르며 냇가로 헤엄쳐 간다 독 속으로 스며드는 납줄갱이 밤 사이 독 속엔 거품이 가득찬다 치자향이 넘친다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요 새언니, 그건 고기알이었어요 냇가로 가고 싶은 아이들의 꿈 속에 스며든 것일뿐 장마는 우리 꿈에 알을 슬어 놓고 아이들을 눈 뜨게하고 향기로운 날개를 달게하고 아이들은 물속에서 울고불고 날마다 빈 독을 마당에 늘어 놓게하.. 시로 여는 일상 2017.06.30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 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 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산다는 건 옷에 .. 시로 여는 일상 2017.06.29
최금진 아파트가 운다 아파트가 운다 / 최금진 가난한 사람들의 아파트엔 싸움이 많다 건너뛰면 가닿을 것 같은 집집마다 형광등 눈밑이 검고 핼쑥하다 누군가는 죽여달라고 외치고 또 누구는 실제로 칼로 목을 긋기도 한다 밤이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유체이탈한 영혼들처럼 기다란 복도에 나와 열대야 속에 멍하니 앉아 있다 여자들은 남자처럼 힘이 세어지고 눈빛에선 쇳소리가 울린다 대개는 이유도 없는 적개심으로 술을 마시고 까닭도 없이 제마누라와 애들을 팬다 아침에는 십팔평 칸칸의 집들이 밤새 욕설처럼 뱉어낸 악몽을 열고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 운명도 팔자도 모르는 화단의 꽃들은 표정이 없다 동네를 떠나는 이들은 정해져 있다 전보다 조금 더 살림을 말아먹은 아내와 그들을 자식으로 두고 죽은 노인들이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교과서를 족보책처.. 시로 여는 일상 2017.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