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정화진 장마는 아이들을 눈 뜨게하고

생게사부르 2017. 6. 30. 00:26

정화진


장마는 아이들을 눈 뜨게하고


쉼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장독마다 물이 가득차 있고
아이들이 물에 잠겨 있지 뭐예요

아가씨, 이상한 꿈이죠

아이들은 창가에서 눈 뜨고
냇물을 끌고 꼬리를 흔들며 마당가 치자나무 아래로
납줄갱이 세 마리가 헤엄쳐 온다
납줄갱이 등 지느러미에 결 고은 선이 파르르
떨림다 아이들의 속눈썹이 하늘대며 물위에 뜨고
아이들이 독을 가르며 냇가로 헤엄쳐 간다
독 속으로 스며드는 납줄갱이
밤 사이 독 속엔 거품이 가득찬다
치자향이 넘친다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요

 

새언니, 그건 고기알이었어요

냇가로 가고 싶은 아이들의 꿈 속에 스며든 것일뿐

장마는 우리 꿈에 알을 슬어 놓고

 

아이들을 눈 뜨게하고

향기로운 날개를 달게하고

아이들은 물속에서 울고불고 날마다

빈 독을 마당에 늘어 놓게하고

 

 

 

 

 

 

 

1959. 경북 상주

1896. <세계의학 등단>

시집 ' 장마는 아이들을 눈 뜨게하고' 1992. 민음사

       '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 2007.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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