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무현
해바라기
아버지
뽕밭에 묻어야 했던 날
나와 어린 동생은 장맛비 속에
하염없이 고개를 꺾었지요
바람 앞에 촛불처럼 겨우 붙어 있던 목
추스르신 어머니
아픈 목을 쓸어안으며
팍팍한 세상 잘 떠났지 뭐
죽은 사람은 죽은 것이고
산사람은 살아야지
팽! 코를 푸실 때
쪼개진 구름 사이에서
색종이 같은 햇살이 쏟아져 내렸지요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얘들아 해바라기 같은 내 새끼들아
고개 빳빳이 세우고 저기
저기 해 좀 보아
아무리 보아도 어머니
어머니 눈엔 아버지 얼굴만 떠있었는데요
- 시집『홍어』(한국문연, 2005)
원무현: 경북 성주 출생.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작품활동 시작.
<주변인과 시> 편집동인, 계간 <시하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