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성우 바닥

생게사부르 2017. 7. 4. 06:50

박성우


바닥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 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 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 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박성우 : 1971. 전라북도 정읍

2000. 중앙일보 신춘문〈거미〉등단, 아동문학, 청소년문학

 

시집: 2002.〈거미〉(창비), 2007.〈가뜬한 잠〉(창비)

2011.〈자두나무 정류장〉(창비)

 

청소년시집: 2010.〈난 빨강〉(창비), 2017.〈사과가 필요해〉(창비)

 

 

*       *        *

 

 

손바닥, 혓바닥,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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