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 앉아서 오줌누는 남자, 이규리 서서 오줌누고 싶다

생게사부르 2017. 7. 6. 23:27

유홍준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내 친구 재운이 마누라 정문순 씨가 낀 여성문화 동인 살

류쥬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동국

대학교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어이

쿠, 했다 나도 앉아서 오줌 눈지 벌써 몇 년, 제발 변기 밖

으로 소변 좀 떨구지 말아요 아내의 지청구에, 제기럴 앉아

오줌 싸는 거 습관이 된 지 벌써 수삼 년, 날마다 변기에 걸

터앉아서 나는 진화론을 곱씹는다. 이게 퇴화인가 진화인

가 퇴행인가 진행인가 언젠가 여자들이 더 많은 모임에 가

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박서영은 배를 잡고 웃고 강현덕은

그것이야말로 진화라고 웃지도 않고 천연덕스럽게 되받았

다 역시 여자는 새침데기들이 더 무섭다 그건 그렇고 강정

구 교수 전화번호라도 알아내어서 수다 좀 떨까 난 앉아서

오줌 싸니까 방귀가 잘 꾸어지던데, 낄낄낄 캑캑캑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끼리


- 시집『喪家에 모인 구두들』(실천문학사,2004)


 

 

이규리

 

 

서서 오줌 누고 싶다

 

 

여섯 살 때 내 남자친구, 소꿉놀이 하다가
쭈르르 달려가 함석판 위로
기세 좋게 갈기던 오줌발에서
예쁜 타악기 소리가 났다
셈여림이 있고 박자가 있고 늘임표까지 있던,

그 소리가 좋아, 그 소릴 내고 싶어
그 아이 것 빤히 들여다보며 흉내 냈지만
어떤 방법, 어떤 자세로도 불가능했던 나의
서서 오줌 누기는
목내의를 다섯 번 적시고 난 뒤
축축하고 허망하게 끝났다
도구나 장애를 한번 거쳐야 가능한
앉아서 오줌 누기는 몸에 난 길이
서로 다른 때문이라 해도
젖은 사타구니처럼 녹녹한 열등 스며있었을까
그 아득한 날의 타악기 소리는 지금도 간혹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로 듣지만
비는 오줌보다 따습지 않다
서서 오줌 누는 사람들 뒷모습 구부정하고 텅 비어있지만,
서서 오줌 누고 싶다
선득한 한 방울까지 탈탈 털고 싶다

- 시집『뒷모습』(랜덤하우스, 2006)

 

 

 

*     *     *

 

 

경남도민일보 칼럼에서 '정문순'씨 글은 바쁜 시간을 쪼개 왠만하면 읽었다

남자들이나 보수적인 사람들이 보면 ' 골통페미'라 할 수도 있고, 글로만 보면 좀 쎄 보 일수도 있지만

다방면에서 매우 앞서가는 진보적인 여성이었다고 기억한다

 

' 신경숙 표절문제'가 사회적 공론이 되기도 전에 이미 지적을 했던 기억이 나고

위 시에서 얘기하는  ' 앉아서 오줌누는 남자' 와 같은 내용의 칼럼도 읽었다

다만 유홍준 샘 친구 부인인지는 이 시에서 처음 알았다.

 

남여 성징은 일단 태어나면서 우리 신체구조에 의해 구분이 가능하다.

간혹 남자같이 보이시한 여자애가 있고, 여성스럽고 곱상한 남자아이도 있긴 하지만

선천적으로 신체 구조에 따라 편리한대로  배변작용을 하는게 사실이다.

특히 남성은 소변만큼은 여성에 비해 편리하게 보도록 되어 있다.

우스개 소리로 엉덩이만 돌리면 화장실이 되는 것 처럼...

 

이규리 시인은 ' 열등' 얘기 까지 나오면서 서서 오줌누고 싶다고 하고

유 시인은 '진화인가? 퇴보인가? 진행인가 퇴행인가?' 의문을 표한다

 

가족 공동체에서 화장실 청소를 대부분 누가 맡아 하는가? 혹은 공공화장실도 마찬가지지만

여성은 볼 일을 보고 변기커버를 올려놓고, 남성은 내려놓는 다면 진화나 퇴보가 아니라

자기 다음에 사용 할 사람에 대한, 또는 청소를 맡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 배려'에 속한다 할 것이다.

 

가정에서 부부가 싸우는 이유는 세계평화나 인류번영을 위한 대의가 아닐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말을 왜 뒤집어 벗어 놓느냐? 빨래감을 빨래통 안에 집어넣지 않고 여기저기 걸쳐 놓느냐?

' 전기불을 잘 끄지 않는 것이냐' 등 사소한 것들이 대부분인데... 지청구를 듣기 싫어서 일 수도 있지만

우리집으로 얘기하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남자 둘의 성격이 깔끔해서 그런 일로 불만을 갖거나 지적 해 본 적은 없다.

남자들은 사용하고 나서 내려 놓고 여자들은 사용하고 나서 올려 놓는 정도의 배려면 된다

 

인터넷에서 남여 성별을 나누어 서로 싸우고 있는 걸 자주 본다.

발달심리학에 의하면 초등단계의 아동에서나 볼수 있는 현상이다.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같은 동성을 편드는...

 

이전에 군 가산점 문제를 둘러 싸고 특히 그랬다.

 

' 니들 여자도 군대 가라~' '니들 남자도 임신하고 애기 낳아라~ '

성장기와 사회화 과정에 있는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라면 어느쪽이든 미성숙한 인간이다.

 

일베충, 메갈, 꼴페미, 맘충...등등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용어가 등장하거나 신조어가 만들어 지는 건

주로 자극적으로 눈길을 끌려고 하는 역시 미성숙한 언론의 역할이 크고

 

남여, 노소, 빈부뿐 아니다. 사회 양극화나 이익집단의 극화로 사회를 갈기갈기 찢어 놓는 건 정치인들과 재벌들

그에 편승한 어용 학자, 판검사등등 기득권층들이다.

 

왜냐하면 항상 사회적 갈등은 정치문제 경제문제와 연결되기 마련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상황, 백수, 삼포 , 오포 등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이 위협 받는 건

이성의 잘못이 아니다. 정치인들 잘못이고 그러한 정치인 뽑아내는 민의수준 문제이다 

 

정치와 사회의 기본 시스템이 잘 못 됐음에도 그 큰 틀을 보지 않고, 정치인이나 사회 기득권의 농간에 놀아 나  

분노를 표출해야 할 곳은 놔 두고 다른 데서 서로 치고 박고 싸우고 있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전통사회에서는 남자로 태어 났다는 것만 가지고도 사회생활에서 우월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한 쪽이 우월

했다는 얘기는 상대적으로 한 쪽을 불리했고 차별을 받았다는 얘기다

남여로 태어 나는 건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그래서 성별, 피부색 같이 자신의 선택이 아닌 것으로 차별 받지 않고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바깥 일, 여자들이 집안 일 하던 구조가 깨어진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었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남성들이 많아 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 ' 취업을 못하고, 연애도 못하고, 결혼은 언감생심 생각도 못한다 그게 여성 탓이다'

고 생각하는 외적 기인을 하고 있다면 자기의 생각을 고쳐야 한다

 

현재 자기의 상황을 자기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지 않고 누군가의 탓으로 돌려 버리면 우선 맘은 편할지 모르지만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 기성세대 때문이다, 설치는 여자들 때문이다, 부모 탓이다 등등

 

성인의 큰 특징 중 하나는 ' 자신이 주체가 되고 자기가 선택해서 한 자기 행동에 자신이 책임을 지는 일' 이다

 

여성혐오나 남성혐오는 성장과정에서 엄마와 아버지에 대한 애정관계가 원만하지 못해서 생기기도 하고

이성에게서 충격적인 모욕을 당했거나 상처를 입었거나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텐데 그 부분을 통찰하고

극복해서 변화하지 않고

 

' 여자들이 남자들의 취업기회를 빼앗아 간다' ' 여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여기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서로를 공격하는데 아까운 청춘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경험상 타인에 대한 배려, 이성에 대한 배려,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잘 할 줄 아는 사람이 인격적으로

성숙한 경우가 많았고 휴머니스트인 경우가 많았다.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그런 사람들이 직장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기억한다

 

남여 안에 남성성, 여성성이 다 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한 쪽 성의 발현이 강해지는 데

호르몬 분비 등 신체적인 특징은 어쩔 수 없더라도 심리적으로는 ' 중성' 이 바람직 할 수 있다

 

그나저나' 더워서 나도 웃통 벗어 쩨낄란다'

 

1998년인가? 해외 토픽에 이런 일이 있었던게 기억납니다.

 

해변에서 상의 탈의를 한 여성을 경찰이 풍기문란으로  체포하자 여성계에서 항의를 했지요.

성 차별이라고...

 

그 때 학생들은 한창 성에 호기심이 많은 중학교 남학생이었는데 다음과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 벗어 제끼라 해라. 상관 안한다. 우리는 더 좋다... '

 

20년 지났으니 그 아이들이 30대 중반일텐데... 외형적으로 딱 드러나는 반응 말고 좀 성숙해 졌을까요

 

' 몸에 난 길이 달라서'...

 

 

 

수원 해우재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