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수명 물류창고

생게사부르 2018. 7. 20. 23:41

이수명


물류창고


어두워서 잠이 오지 않아

나도 잠이 오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는 눈을 감을 수가 없어 어둠이 보고 있을
때는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잠은 엉터리여서
자고 있을 때는 어디를 다쳤는지 알 수가 없어

와인이 도움이 될거야 잔을 부딪치는 것이 도움이 될
거야
나도 돕는다 같이 마신다

오늘은 머리를 서쪽으로 하고 누웠지
잠은 잘 있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몸이 줄어들어
자고나면 몸이 다 사라질거야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거야 이미 깨어 있어서
언제나 깨어 있어서
다시는 깨어나지 못해 아무도 나를 깨우지 못해

나도 그를 깨우고 싶지 않다

이윽고 환해서 아주 많이 환해져서 우리가 하는 말은
모두 틀려 버릴거야

그러나 아침이 오면
나는 아직 눈을 뜨고 있는 것 같다


*      *       *


사람들은 어떤 것을 지각 할 수 있게 해 주는
적절한 은유를 갖기 전에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토마스쿤)


물류창고 연작시 다소 난해하다


미시세계의 파동과 전자들의 움직임들처럼 명확히 관찰할 수 없는 것들로 혼란스럽게 섞여 있다
오늘과 내일도 중요하지 않고 연극을 하든 말이 안되는 무슨 대화를 하든 별 의미가 없는

가야할 배송 물건과 돌아올 반송 물건이 섞여 있는 중첩의 장소인 물류창고니 이상 할 것도 없다
' 자신이 왜 그렇게 흰 목장갑을 끼고 있는지 몰라 장갑 낀 손을 내려다' 보는 이해 불가능한 상태


시의 일반론에서
대상이나 사물의 해석에 단일성, 일관성, 통일성은 허구다
대상과 주체의 접촉의 스파크, 행위의 스파크
시간의 역치, 연극적 요소 광물이나 기계적 현대적인 대상을 등장시켜
전위적 구문배치로 변주, 확산, 확대 재생산을 통해 끝없이 발생 시키는 시
끝이 없는 끝의 시, 끝을 기다리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