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정
모든 꽃은 흔들리며 뿌리로 간다
봄비를 받아내고 있는 작은 제비꽃의 흔들림은
꽃을 들여다 보기 위해 쪼그리고 앉던
당신의 등처럼 외롭고 넓다는 것
그러므로 꽃 피어 흔들리는 세상의 모든 꽃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땅을 움켜 쥔
고단한 뿌리의 일그러진 얼굴이라는 것,
그러나 흔들림이여,
제 필생이 가진 파란만장의 중심을
꿰 뚫고 흔들어야
흔들림이라 이름 붙일 수 있지 않겠는가
작은 제비꽃 한 포기가 필생을 흔들어
세상의 침묵위에 얹어놓은
저 파열하는 자줏빛 몸부림도
고단한 뿌리가 가졌던 얼굴이었음을
뿌리가 더듬고 나간 그 처음의 길에서
모든 흔들림은 오직 제가 가진 경계의 폭으로
흔들린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시 제 필생을 흔들어 깨운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흔들리는 모든 꽃은 뿌리에게로 간다
맨 처음에게로 간다